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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Nov 27. 2021

장삿속과 계단



책거리가 들어있는 빌딩은 1980년도에 지어진 5층 건물이다. 한 층이 20평으로 1층은 소바집, 2층은 카페 겸 바, 3 층은 책거리, 4층은 쿠온 출판사, 5층은 건물주가 사는 곳이다. 진보초역에서 2분 거리, 야스쿠니 도오리에 접한 곳으로 입지는 참으로 좋은 곳이다. 단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1층 소바집 슬라이드 도어 옆으로 들어가야 보이는 터라 손님들은 다 와서도 우리 책방을 못찾아 전화를 하신다.


어렵게 입구를 찾으면, 바로  급경사. 2층까지 올라가야 엘리베이터가 있다. 

1층부터 엘리베이터가 있는 게 아니라  2층부터 시작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책거리 자리를 찾기 위해  건물들을 돌아보는데 오래된 건물의 경우 2층부터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들이 많았다. 엘리베이터가 1층부터 있다 하더라도 계단 몇 개를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구조다. 스무 곳 정도를 둘러보았는데 절반 이상이 다 이런 건물들이었다. (예산에 맞는 곳을 찾다 보니 거개가 좁고 오래된 곳들이었다. ) 바이어 프리가 일반적인 이 시대에 참으로 고약한 구조다. 사람이 우선이 아니었던 시절이 이렇게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 내가 1mm라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이 미쳤더라면 고르지 않았을 곳이다.


책거리 초반기에 휠체어를 탄 분이 책방에 오고 싶다는 전화를 주셨다. 휠체어가 바로 올라올 수 없으니 1층에서 우리가 등에 업어서 모실 수 있다고 했더니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대신 당신이 1층에 있을 테니 책을 들고 내려와서 보여 달라고 하셨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며칠이 지난 후 휠체어 손님이 전화를 주셨다. 1층에 있으니 그림책 중심으로 책을 보여 달라고 하셨다. 백희나의 “장수탕 선녀님”이랑 일러스트가 강렬한 그림책들을 에코백에 넣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소바집 쇼인도 앞에서 책을 펼쳐가며 소개를 하였다. 서너 차례 책을 바꿔가며 권해 드렸다. 한국에는 가 본 적이 없지만 드라마를 많이 보아서 머릿속에는 한국이 가득하다고 하셨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이니 다음에는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손님은 그림책을 3권이나 사시고 한글 스탬프도 몇 개 사셨다. 

책거리를 3층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이동 책거리를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내는 뼈속까지 장사꾼인 것 같다. 그치만 내가 여기서 깨달았어야 하는 것은 출장 책거리가 아니라 장애자들도 문턱 없이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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