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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Nov 28. 2021

소설가 김석범 선생


“소설을 쓰기 때문에 살 수 있다. 살고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다.”  

97세의 자이니치 현역 소설가 김석범 선생의 말씀이다. 선생은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에 심장병 수술을 받았다. 무사히 회복하여 중편 분량으로 소설을 쓰셨다. 무려 98000자. 400자 원고지 245매 분량이다. 원고지에 볼펜으로 쓴다. 자이니치 소설가 K가 42년 만에 고국을 찾는 이야기. 김석범 선생 본인이 모델인 소설이기도 하다. 


선생과는 1998년에 만나 지금까지 교류를 하고 있다. 

저자와 독자로 만나 지금은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로 변했다.

선생과는 늘 우에노의 한국 가정요리 청학동에서 만난다. 사이다마 우라와에서 사시는 선생은 한번 도쿄에 올 때마다 여러 편집자들과의 미팅을 하고 맨 마지막에 청학동에서 저녁을 먹으며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코로나 전에는 보통 5시 정도에 만나 새벽 2,3시까지. 90년대 말에는 아침 8시까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화산도”는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석범 선생이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잡지 “文學界”에 연재를 하여 이후 문예춘추사에부터 전 7권으로 묶여 나왔다. 이 작품으로 선생은 오사라기 지로상을 수상하고 마이니치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2015년에 완역되어 ( 총 12권) 한국의 독자들도 선생의 소설을 읽고 있다.


코로나가 해금이 되어 2021년 11월 4일에 만나 뵈었다. 

오카치마치 역 북쪽 출구에서 전 이와나미 사장 오카모토 씨와 함께 선생님을 기다렸다. 지팡이를 짚고 조그만 토토백을 들고 선생님이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포옹을 했다. 몸이 그 사이에 더 작아지신 거 같았다.

선생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오카 치마 치역에서 청학동까지는 보통 5분이면 가는 길인데 20분을 걸었던 것 같다. 석범 선생, 오카모토상, 나 모두 흰 마스크를 쓰고. 아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었다. 


마스크 시절에 꼼짝하지 않고 당신의 책상에서 둥글게 구부리고 앉아 K의 이야기를 지어낸 선생. 

코로나를 이겨낸 기념으로 선생은 2년 만에 청학동에 나와 맥주를 마시고 부대찌개를 드셨다. 



K의 이야기는 쿠온에서 발행하기로 하였다. 내 인생의 여러 장면 중 가장 영광스러운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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