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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Nov 28. 2021

책방의 손님



책방의 적은 의뢰로 책일 때도 있다. 

책은 낱권으로 있을 때 우아하고 고귀하지만 그것들이 더미로 박스 속에 들어 있을 때는 존경의 정도가 달라진고 만다. 우리 책방은 계단으로 2층까지 와서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는 3층까지 걸어 올라가기도 한다. 헉헉거리며 2층까지 걸어올라 와 짐을 내려놓고 엘리베이터 보턴을 누르고 다시 짐을 들고........ 아이고, 그냥 쭉 걸어올라 가는 게 


이런 책거리에 배달을 해 주는 분들이 있다. 

DHL의 배달 오빠. 1주일에 2-3회 그것도 한 번에 2-3박스씩 들고 올라온다. 숨을 헐떡거리고 박스로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무거운 책을 내려놓고 해맑은 얼굴로 단말기에 사인을 해달라고 할 때는 최고로 미안한 마음이다. 한 여름에는 더 하다. 노란색 유니폼이 땀에 젖어 등에 짝 달라붙어 있다. 냉장고에 있는 칠성 사이다 하나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숨기기도 한다. 


아, 코로나로 우체국 등은 물류대란이 있었어도 DHL은 변함없이 배달을 해 주었다. 비행기 운행이 줄어 지금도 우체국 EMS 서비스는 통상 2-3일 거리던 것이 일주일 이상이 걸리지만

DHL은 2-3일에 도착한다. 

코로나 시절 책거리가 변함없이 정상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니까  DHL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진보초 거리에서 DHL의 노란색 차량이 보이면 반가운 마음으로 가까이 가서 인사도 한다.


책거리 담당인 키가 큰 오오자키씨는 자기 이야기도 종종 들려준다. 독일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 외국에서 모국어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안다고 하였다. 한국영화를 좋아해서 책거리에 배달이 기다려진다고도 하였다. 


책방의 손님은 책을 사가는 분만이 아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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