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출판계에 대한 이모저모 (2017년)
김승복 (쿠온출판사와 북카페 책거리 대표)
1. 도서의 유통에 대하여
일본에서 연간 발행되는 도서는 약 7만 타이틀 (2014년 80,954/2015년 80,045/2016년 78,113) 이 넘고, 잡지는 매년 폐간되는 종수가 느는 추세이나 2015년에 3,674 타이틀, 2016년에 3,589 타이틀 (이중 월간지는 1943종)이 발행되었다. 이 도서들과 잡지들의 유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유통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
출판산-유통사(도매점=도리츠기)-서점 (소매점)-독자(일반독자, 학교, 도서관 등)
직판의 경우
출판사-서점(소매점)-독자
도매점을 통한 유통은 전체의 70%를 넘는데 이 수치는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또한 이 도매점은 일명 닛판 (일본서적판매주식회사)과 도한이 중심이 되어 일본 출판계를 움직이고 있다. 유통사는 크게 출판사와 서점의 중간에서 서적의 배본 및 반품 서비스, 대금 회수에서 최근에는 서점에 기획 진열방식은 물론 페어 실시에 대한 조언 등을 하는 담당자를 따로 둘 정도로 적극적이다.
한편 출판사와 서점의 직거래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는 이 직거래에 대한 사례를 가급적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점점 중개를 피하고 직판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출판사와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매점을 통한 서적의 유통은 현재 그 점유율이 높지만 오랫동안 이 중개시스템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만연하고 인터넷에 대한 정보의 공유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면서 아주 급속도로 직판에 대한 점유율이 높아져 가고 있다)
출판사가 중심이 되어 서점에 직판을 하는 경우는, 실용서를 많이 내는 중견출판사 디스커버 21사와 트렌드 뷰라는 출판사이다. 디스커버 21사는 설립초기부터 독자적으로 서점과 직거래를 해 왔으며 최근에는 저작권의 중개까지도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하는 등 직거래에 대해 철저한 정책을 펴고 있다. 디스커버 사는 자사의 주요 시리즈 상품을 넣은 특별케이스를 제작해 서점에 제공하는 등 직거래에 대한 공세가 상당히 적극적이다.
트랜스 뷰사는 자사 상품은 물론 1인 출판사 등 소수 인원의 출판사의 상품을 모아 서점에 직거래를 하는 트랜스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트랜스 뷰 방식에 대해서는 이시바시 타케후미 저, 백원근 번역 [책을 직거래로 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간행, 을 참고하기 바란다) 트랜스 뷰가 주창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서점에서 주문이 오면 도서 벽지를 제외하고 최단시간에 원하는 도서를 공급한다. (도한이나 닛판의 경우 주문 후 서점에 책이 도착하기까지는 기본적으로 일주일은 소요된다)
2. 서점의 주문에 따른 발송으로 반품률을 최소화한다. (도한이나 닛판의 경우, 책이 들어오면 기계적으로 각 서점에 배본을 하기 때문에 반품률이 이미 50%를 넘어섰다)
3. 서점의 마진율을 높인다. (서점과 출판사의 공생을 끊임없이 연구해 중개 마진을 극력 낮추었다. 이로써 서점의 마진 부분이 늘어났다. 서점이 살아나야 출판계가 건강해진다는 공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편 서점 측이 직거래를 유도해 가는 케이스도 있다.
우선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은 초기에 유통사인 닛판을 통해 서적등을 판매해 왔지만 최근에는 출판사와 직거래를 유도하는 직거래 설명회를 자주 유치한다. 설명회에 참가해 직거래를 하면 공급 요율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미끼와 함께. 따라서 아마존과 직거래를 하는 출판사는 점점 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도한이나 닛판과 거래하면서도 아마존과도 직거래를 하는 곳이 늘고 있는 형국이다. 참고로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창립자들이 만든 출판사 모임(설립 50년이 넘은 출판사가 대부분. 이 중 필자가 12년째. IT개발을 하다 출판 일을 하는 5년 차 출판인이 1명)의 멤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점점 도한이나 닛판에 나가는 양보다 아마존을 통해 나가는 양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런 아마존 쏠림현상-아마존 의존도가 높아지면 나중에 아마존이 정한 정책에 휘둘릴 있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당연히 존재한다.
다음은 대형 체인인 키노쿠니야 서점과 출판사 간의 직거래 경우.
키노쿠니야 서점이 타이틀별로 출판사와 교섭을 하여 특정 상품을 반품하지 않는 조건으로 직접 사입을 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5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10만 부 중 90%인 9만 부를 이 방식으로 사입하여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후 2016년에는 100 타이틀, 2017년에는 200 타이틀 이상을 직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방식은 대형출판사보다 중소 출판사와의 거래가 많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 안 있어 대형 출판사와도 진행이 될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중개 마진이 없으므로 출판사도 서점도 서로 이득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잘 팔릴 타이틀 만을 골라 진행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2. 도서 저작권 수출 절차 및 유의사항
일본의 중견 이상의 출판사에서는 저작권 담당자를 수출팀과 수입팀으로 나누어 둘 정도로 저작권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 이 장에서는 필자가 일본에서 에이전트 업무를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기술한다.
우선 한국 출판사가 일본 출판사의 저작권을 구매하는 경우.
주로 일본의 출판사들이 자사 제품 소개를 주별/ 월별로 정리한 데이터를 한국의 에이전트 회사나 출판사에 메일링 한다. 이 데이터는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한국의 편집자들에게 전달이 되며 편집자는 이 데이터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검토서로 의뢰한다. 검토서는 PDF데이터로 바로 전송이 되며 편집자는 상당히 빠르게 검토를 마치고 오퍼를 낸다. 경쟁이 붙는 타이틀의 경우 일본의 출판사는 오퍼 마감을 별도로 지정하고 에이전트 회사와 연대하여 오퍼 금액에 대한 조정을 - 실지로는 금액상향을 유도한다. 경쟁이 붙는 타이틀은 거개가 오퍼 금액을 높게 쓴 출판사에 돌아가는 실정이다.
여기서 오퍼를 하는 출판사에게 조언을 하나 하고 싶다.
오퍼 조건 중 선인세 액과 로열티 부분을 나누어서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다.
일테면 선인세 100만 엔에 인세 1만 부까지 5%, 1만 부 이상 6%의 오퍼와
선인세 80만 엔에 인세는 일괄적으로 8%의 오퍼가 있을 경우
저자나 출판사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인세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인세율, 저자의 한국 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 등을 제안하는 방식을 고루 쓰기를 권한다. 선인세가 숫자상 낮더라도 부대조건이 좋으면 길게 오래 파는 방식을 선호하는 저자나 출판사가 늘고 있다.
필자는 이런 방식을 한국의 출판사에 곧잘 권하고 또한 일본의 저자나 출판사를 찾아가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편이다. 물론 이는 필자가 일본에 거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의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는 직접 일본의 서점을 돌면서 번역출판해 볼
타이틀을 직접 찾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여러 서점을 집중적으로 돌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를 비롯한 일본 출판의 흐름을 금세 파악하는 이점이 있다. 이는 또한 바로 저작권 계약만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 기획을 해 나가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출판인들을 많이 보았다. 비용을 들여 판 발품이니 분명 다양한 부가가치가 생겨날 것이다.
다음은 한국의 저작권이 일본에 수출되는 경우를 역시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적는다.
한국의 편집자들이 일본의 아마존 등의 사이트를 서치하고 혹은 일본에 발품을 팔아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에 비해 일본의 출판 관계자가 한국의 판권 검토에 들이는 품은 현저하게 적다. 우선 한국어 책이 번역되어 판매되는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또한 한국어를 아는 편집자가 적고 한국 책에 매력을 느끼는 출판사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은 시장이 제로라는 말이 아니다. 아직 시장이 크지 않고 번역출판되는 타이틀 수가 적으나 앞으로 잠재성은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필자가 2011년부터 일본에서 실시해 온 K-BOOK진흥회(www.k-bungaku.com)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한국 내 출판사들에게 K-BOOK진흥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를 권한다
K-BOOK진흥회에서는 일본에서 번역이 되면 좋을 한국어 책 50 타이틀을 각 장르별로 선정하여 매년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책 50선”을 발행해 오고 있다. 번역출판 권장 도서를 번역가가 책의 개요, 저자 소개, 중심 부분의 초벌 번역, 일본에서의 어필 포인트를 작성한다. 여기에 매호마다 한국의 출판사를 4 사정도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번역출판된 유니크한 책들을 양쪽 편집자들이 소개하는 페이지도 싣는다. 물론 한국의 최신 출판상황도 기고를 받아 싣는다. 이 한 권을 읽으면 한국의 출판계를 조금 가늠하면서 번역출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 6호까지 냈으며 현재 7호를 준비 중이다. 이 가이드 북 간행에 맞추어 매해 일본의 출판사를 모아 설명회도 개최한다. 설명회 때는 약 70-80 사가참가한다.
이런 일련의 권장으로 K-BOOK진흥회에서 소개하여 번역출판으로 이어진 타이틀이 60여 타이틀에 이른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들어 계약되는 양은 늘어나고 스피트는 빨라지고 있다.
한국문학의 경우 평균 22만 엔 선의 선인세를 지불하며, 최근에 들어 일본의 중견 출판사들이 경쟁하듯 한국문학을 내는 경향이 생겼다. 이런 출판사 편집자들을 모아 종종 최근 한국문학의 경향을 설명하고 최신 작품에 대한 레주메를 작성하여 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소개가 순문학이 주여서 계약된 타이틀도 순문학이 많지만, 미스터리, SF 등 장르물을 기대하는 출판사들도 있다. 참고로 한국의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을 구입하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구상하는 제작사들도 많아졌다. 일본의 만화 원작 판권을 사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던 역방향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SNS로 각광을 받는 작품들이 일본에서도 이어진다. 한 예로 마음의 숲에서 간행된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는 한국의 SNS를 중심으로 인기가 있어 서점에서 팔리기 시작했는데 일본의 중견 출판사가 판권 계약을 최근에 했다. 또한 보노보노라는 캐릭터는 일본의 캐릭터인데 한국의 작가가 리메이크하여 쓴 에세이(다산북스에서 나온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일본 출판사에 판권이 팔려 일본어로 독자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이런 흐름을 보면 젊은 층들의 정서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이제 시간차 없이 진행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3. 일본 정부의 도서 진흥정책에 대하여
한국의 도서 진흥 정책과 일본의 도서 진흥 정책의 큰 차이점은 지원금 지불 정책이 아닐까 싶다. 실례로 독립 서점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나와 독립 서점이 저자나 작가를 불러 이벤트를 연다고 했을 때, 관할 기관이 저자나 작가의 출연료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한국적 상황이라면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서점들의 자발적 노력과 저자/ 작가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상업/ 비상업 활동이 있을 뿐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우수 도서를 지정해 국가에서 일정금액어치를 구입하여 도서관 등에 비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는 일본 출판인들이 내심 부러워하는 한국의 제도이기도 하다.
일본의 도서 진흥정책의 하나인 “문자/활자 문화 진흥법”을 소개한다.
2005년에 법제화된 현행법으로, 이 법의 골자는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문자/ 활자 문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국가와 지방 공공단체가 공립도서관을 늘리고 공립 도서관의 도서구입비용을 늘리고 도서관 사서를 늘리게끔 재정상의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도서관협회가 이 현행법에 우려를 표명한 부분이 있는데, 세종도서 지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한국의 사정과 비슷한 것 같아 소개한다.
문자 활자 문화는 뛰어난 사상의 자유, 인권 존중에 관한 것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내면에 관련된 것으로, 이를 법률에 의한 진흥시키는 것은 국가가 어느 한 가치관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지방 공공 단체는 문자/활자 문화 진흥의 환경 정비, 조건 정비에만 책임을 졌으면 합니다. 인류가 민주주의를 획득한 역사는 출판, 표현, 학문, 사상의 자유를 획득해 온 역사 그 자체입니다. 읽는 것은 본래 개인의 자유로운 행위이며, 읽는 것에 방해와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힙니다.
이는 국가가 특정 읽을거리를 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해에 현행법으로 만든 “어린이 독서활동 추진에 관한 법”은 매해 그 행동지침이 개정되고 있을 정도록 활발하다. 가정과 학교, 지방자치 단체가 서로 협력하여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하는 것이 골자인데 그중 특색이 있는 것을 들자면 “어린이 꿈 기금”을 민관이 함께 조성하여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체험 기금과 독서활동 진흥기금으로 나누어 지원을 한다.
4. 베스트셀러 랭킹 리스트
베스트셀러 랭킹 순위가 독자들의 구매열을 얼마나 자극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각 출판사 관계자들도 이런 랭킹 순위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출판사의 마케팅하는 이들이나 서점에서 일하는 점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랭킹에 올리기 위해 따로 활동을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랭킹보다도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 TV에 소개하기 위한 노력담들이 오히려 흔하다.
또한 SNS로 연결된, 일정 부분 공통점이 농후한 주변 친구들이 소개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랭킹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다. 독서량을 기록 관리하는 독서미터(https://bookmeter.com/)라는 사이트와 어플이 인기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별점을 달고 또한 그 감상을 읽었거나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이가 댓글과 별점을 다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하여 베스트셀러 랭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각 부분별 랭킹이 왼쪽 페이지에 표시되며, 그랜드 메뉴에도 아마존 랭킹 코너가 있다.
또한 도한이나 닛판에서도 주별, 월별, 시즌별, 연도별 랭킹을 메긴다.
닛판 랭킹 사이트 https://www.nippan.co.jp/ranking/
도한 랭킹 사이트 http://www.tohan.jp/bestsell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