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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Apr 24. 2021

알라딘의 지니,황미진 씨

책거리는 한국 원서를 살 수 있는 일본 내 서점이다. 따라서 책거리는 한국 원서를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이 생명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고 화제가 된 책, 일본어권 독자들이 구매하고 싶어 하는 책을 시간차 없이 들여올 수 있어야 한다.
 
 한국도 일본처럼 서적의 도리츠키가 있는데 3대 도리츠기점은 북센, 송인서적, 00 등이다. 세 군데에 문의를 하였으나 한 달에 4회 정도 우리가 주문한 책들을 해외배송 하기는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각 출판사에 주문을 하면 어떨까 머리를 굴러보았지만 한 타이틀을 대량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권 한 권 수많은 출판사에 주문을……아이고. 바로 생각을 접었다. 주문을 하고 입금을 하고 배송 확인을 일일이 한다는 것은 그 관리 만으로도 진이 다 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책을 팔겠다는 곳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당시에는 무모하였지만 잘 한 선택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하루정도 고민을 하다가 바로 한국 출판계를 잘 아는 한국출판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에게 하소연을 하여 바로  송인서적과 겨우 거래를 할 수 있었다. 1000만 원을 먼저 입금하여 서적 대금과 송료를 제하는  방식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 도리츠기는 한국 내 여러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책을 원활하게 유통하기 위하여 출자를 하여 만든 곳이다. 서열 2번째라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취급하지 않는 책이 더러 있었다. 100권을 주문하면 없는 책이 20권이 넘었다. 이 20권의 책은 그들이 거래하지 않는 출판사였던 것이다. 팔고 싶은 책을 구할 수 없다는 것만큼 속상한 일은 없다. 더구나 손님이 원하는 책을 우리 사정으로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책거리의 존재 이유가 의심되는 것이기도 하다. 구하지 못하는 20권의 책들은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하여 모은 다음 한국의 지인이 한꺼번에 해외배송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계속 다른 거래처를 알아보았다. 그러다 찾아낸 곳이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었다. 알라딘은 개인들에게 해외배송을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한국 내에 한했지만 학교, 기업, 기관 등에 대량 구매 서비스도 하고 있었다. 포기를 가장 싫어하는 나는 알라딘에 우리는 일본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 서점이고 한 달에 정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있으니 거래를 해달라고 아주 정성스럽게 메일을 써서 보냈다. 메일을 보낸 지 10분도 안되어 답이 왔다. 한번 주문하는 양이 50만 원 이상이거나 100권 이상이면 대량 구매 고객으로 거래를 할 수 있으며 반품이 안되고 우체국이 아닌 DHL을 쓰며 그 송료는 우리가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무조건 OK! 알라딘도 예치금을 먼저 입금한 뒤 서적 대금과 송료를 제해가는 방식이었다. 송인과 다른 점은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우리가 확인을 바로바로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알라딘 웹사이트에서 주문을 하면 송료가 포함된 견적서가 오고 우리가 주문 확정을 하면 자동적으로 예치된 돈이 빠져나가고 (당연한 거지만) 배송 상황도 실시간으로 확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을 파악하면서 다음 일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쾌적한 삶인가. 우리에게 알라딘은 정말이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였다.
 그러나 사람은 익숙하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한 타이틀을 대량 구매할 테니 할인율을 높여달라고 하고, 100권이 넘지 않지만 급한 책들이니 서둘러 보내달라고 하고 심지어는 절판된 책이나 독립출판물까지도 우리가 수배를 할 테니 주문한 책들과 함께 보내달라는 부탁을 해댔다. 이런 뻔뻔한 부탁임에도 10분이 채 안되어 답이 온다. 가능하다는 아주 간결한 답변이다. 이럴 때 한국에서 많이 쓰는 표현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이었나 봐”라고들 한다. 그러나 나라를 구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알라딘의 지니, 황미진 씨이다. 거래를 한 지 거의 3년 만에 알라딘에 가서 처음으로 만났다.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미팅 내내 미소를 지으면서 두꺼운 노트에 내가 하는 말을 열심히 적는 아주 앳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우리는 부탁하는 입장이라 매번 절절하고 애교 가득한 메일을 보내는데도 그녀의 답변은 한 번도 감정을 싣지 않고 가능과 불가능만을 간결하게 보내왔었다. 그런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무엇이든 다 들어줄 표정으로 앉아 있다니. 역시 사람은 대면을 하고 볼 일이다. 


책거리가 지금까지 잘 돌아가는 것은 알라딘의 지니, 황미진 씨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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