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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May 18. 2021

멋진 언니를 만났다

04. 요코다쿠미상

チェッコ リ文 제1기부터 수강생으로 온 요코다 쿠미상. 언제나 스커트에 재킷을 입고 오시는 분이다. 몸집이 크고 잘 웃으신다. 표정만으로 웃는 게 아니라 재미 난 장면에서는 꼭 큰 소리로 웃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띈다. 강연회나 수업 중에 아무리 재미난 이야기를 들어도 소리 내어 웃는 일본 사람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재미있으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는 버릇이 있는데 아이고 나랑 똑같은 사람이 여기 있네, 하며 혼자 쿠미상을 좋아하게 되었다. 

쿠미상은 당신 몸도 큰데 사각형의 폭이 넓고 큰 가방을 들고 다니며 거기에 보조가방까지 들고 다닌다. 쿠미상 가방은 다양한 책들이 많이 들어있고 물론 회사에 다니니 회사 자료들도 들어 있을 터이고, 다양한 먹을 것들이 가득 들어있다. 수업 마치고 나눠 먹으려고 가져오는 것인가. 편의점의 신상품은 물론 일반 사람들은 보지도 못한 과자들을 가져와서 나눠주었다. 일테면 크로켓 맛을 그대로 재현한 센베이를 가져온다던가 한정판인 비싼 초콜릿을 사 온다던가. 크로켓 센베이는 정말 맛있어서 나중에 나는 박스로 사서 먹기도 했다. 쿠미상은 몸만 큰 것이 아니라 품도 큰 사람이다. 가방이 크니 책도 한 권이 아니라 두어 권을 꼭 사신다. 책방에 와서 책을 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 나에게 쿠미상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사람이다. 우스운 장면을 참지 않고 큰 소리로 웃고 맛난 것을 가져와 나누고 책방에 와서 책을 꼭 사고. 

더구나 책거리 분 수업시간에만 오는 수강생이 아니라 책거리의 이벤트에도 곧잘 오신다. 이벤트 참가 후에는 라인으로 그 날의 감상을 보내온다. 진행이 아주 매끄러웠다, 내용이 아주 알찼다, 라는 등의 칭찬이 많기도 하지만 준비 부족이 여실한 강연이었다, 라는 매운 감상을 보낼 때도 있다.

이런 손님을 내가 허투루 해서는 안되지. 어느 날 쿠미상이 자신의 친구, 케이코상을   책거리에 데리고 온 것을 계기로 함께 한 잔 하자고 제안을 하여 술자리를 가졌다. 케이코상과 쿠미상은 대학원 졸업하고 처음으로 취직한 광고회사의 동료로 30년 지기 친구였다. 학교 친구도 아니고 사회에 나와 30여 년 이상 친한 친구로 지내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쿠미상은 또 나에게 또 멋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 의지로 한국을 벗어나 일본에 와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시간과 일본에서의 시간으로 나누어져 있어 오랜 시간 인간관계가 이어지는 이들을 보면 그 관계가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오랜 시간 기쁨과 슬픔을 늘 함께 나누는 관계만큼 아름다운 게 또 어디 있으랴. 

쿠 미상과 케이코상이 나눈 것은 기쁨과 슬픔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같이 나누는 맥주잔의 수는 보통 사람들이 마시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맥주 두어 잔이 최대 주량인 나는 그들의 주량이 또 너무도 부러웠다. 취하지도 않고 주거니 받거니. 부러운 것은 주량만이 아니라 그들이 나누는 화제도 한몫했다. 경영컨설턴트인 케이코상과 당시 일본 내각부 식품안전위원회 사무국에서 근무하던 쿠미상의 그 날 이야기는 일본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리더의 자세였다. 일본에서 살면서 정치적인 테마로 50대 여성들이 서너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2021년 3월, 우리 책방 인터넷 쇼핑 몰에 쿠미상이 여러 차례 대량 구입을 했다. 쿠온에서 만든 일본어 책은 물론 한국어 원서도 꽤 많이. 책거리 멤버들도 다들 의아해한다. 나는 살짝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쿠미상, 이 책을 언제 다 읽어요?” “다 읽을 날이 있겠지. 언젠가는” “천천히 다 읽고 사세요” “3월은 승복상 생일이니까 승복상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거야. 승복상은 책을 팔 때가 가장 좋다고 했잖아” 아이고, 일거양득을 취하는 약은 언니라니. 나는 다시 쿠미상에게 또 빠지고 만다.


●久美さんに3月に買った本たち

우리가 사랑한 아름다운 노랫말

うわさの壁

とにかく、トッポッキ

茶をうたう

女ふたり、暮しています

명랑쌤 비법 밑반찬(ミョンラン先生が教える、おかずの秘訣)

ワンダーボーイ

통영 백미 (統営の百味)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毎日ごはんを食べます)

広場

韓国映画100選

月に聞かせたい話

死の自叙伝

仕事の喜びと哀しみ

KBS 황금 레시피 플러스(KBS黄金レシピプラス)

地球にステイ! 多国籍アンソロジー詩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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