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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May 19. 2021

바리스타의 힘을 빌리다

05.由美さん

책거리의 정식 명칭은 “韓国の本とちょっとした カフェチェッコリ “이다. “책이 중심이지만 카페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카페는 아니니 그 점은 양해해주세요”라는 조금 의뭉스러운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도 카페라는 이름이 들어가니 기본적인 음료와 약간의 먹을 것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커피

수정과

유자차

한국 떡(영양찰떡, 콩떡, 팥뻬기)

칠성사이다

맥주 (HITE, 산토리 프리미엄 모르츠)

로 가닥을 잡았다.


수정과 유자차, 한국 떡은 요리가인 조선옥 선생님으로부터 받기로 하고

칠성사이다와 맥주는 한국 식료품을 취급하는 덕승 상사에서 받기로 하였다.

커피는?

우리는 어떤 커피를 낼 것인가.

두말할 거 없이 드립 커피지. 콩을 사서 직접 갈아 한 잔 한 잔 정성을 들여 내린 커피를 손님에게 드리자.


책거리 스태프들에게 나의 드립 커피에 대한 포부를 말하자, 다들 눈을 끔벅거리며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집에서 자기가 마시기 위해 내리는 커피와 달리 모름지기 카페의 커피는 맛이 일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정한 맛을 내면 되지. 

커피를 만드는 레시피를, 책거리만의 레시피를 만들면 되지. 당연하지.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에 앞서 스태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바리스타인 유미상을 초빙하여 우리의 커피 학습이 시작되었다.


유미상은 한국 떡을 배운 사람이다. 일본에서 떡을 만들어 비즈니스로 해 볼 궁리를 하는 사람이다. 떡의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지 가늠을 못하기 때문에 바리스타 자격으로 바리스타가 되려는 이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신선한 커피콩을 잘 선별하는 것이 맛있는 커피의 첫걸음, 이지만 우리 같은 초보자들은 어려우니 거래처에서 늘 같은 맛의 커피콩을  조금씩 자주 사라는 것이 바리스타의 조언이었다.

그리고 커피를 내릴 때 시간을 들이라는 점. 100도로 끓은 물을 90도로 식힌 다음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하는 것을 몸에 익히라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들을 앞에 놓고 몇 차례 시범을 보였다.


커피콩을 블랜더에 가는 동작, 필터에 콩가루를 터는 동작, 90도가 된 물을 부리가 긴 주전자에 옮겨 담아 팔을 약간 올린 채로 물을 떨어뜨리는 동작 등이 우아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손이며 몸 전체가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전 공정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협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하는 순서, 몸이 움직이는 동선이 아름답다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서툴지 않고 흔들림이 없이 다음 프로세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유미상에게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지만 실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배운 시간이었다.


우리의 커피 맛과 연결시켜야 할지 어떨지 좀 애매한 사건이 하나 있다. 책거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오픈한 우리 건너편의 스타벅스가 오픈 한 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유미상이 일러준 대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있고 손님들은 우리가 만든 커피가 맛있다고 칭찬을 한다. 이것은 팩트이다.


참, 유미상은 책거리에서 커피 만드는 법, 이벤트를 열기도 하였으며 아주 잠시 금요일의 점장을 맡아 진보초 카페들을 떨게 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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