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살고 싶어, 비움을 시작했다

by 작가 혜진

비움의 시작은 무척 단순했다.


하루에 3개씩 꾸준히 버리는 것이었다. 집이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마음속으로 꽁꽁 숨겨놓은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했다. 단식을 했다. 핸드폰 연락처를,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쓰지 않을 할인 쿠폰을, 호기심에 구입한 스마트폰 어플을, 휴대폰 요금제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쇼핑 배송 서비스를 정리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에 중심이 서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좋을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우왕좌왕하는 대신, '아니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괜한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일이 적어졌다. 소중한 사람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실행하게 되었다.



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도 아니고, 살림 100단도 아닌데..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주제가 되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복잡하고, 정신 사납고, 임기응변으로 살았던 삶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살아생전에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변했다. 의지도 약하고, 집안일이라면 세상 귀찮아하고, 예쁘게 살고 싶은 욕망도 없었던 나였다. 그런 나도 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는 만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심어주고 싶었다. 받아쓰기나 구구단보다 훨씬 중요한데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 30대 후반이 되어서 욕먹어가며 가슴 절절하게 알게 된 내용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매일 물건을 3개씩 버렸다.


100일을 매일 버렸더니 집이 정리되었다.


정리된 집을 보며, 그동안 꽁해 있었던 마음을 함께 정리했다.


몸을 정리하고, 부수적인 인간관계도 정리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다.


그러니 이제껏 없던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