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늘 내게 말했다.
"너는 이상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아. 언제는 심플하게 살겠다며 다 갖다 버리더니, 다음날이면 똑같은 걸 다시 사잖아."
그랬다. 엉터리 미니멀리스트. 날 잡아 한꺼번에 우르르 버리는 걸 즐겨하는 나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 날 마주치는 이웃들은 이사 가는 줄 알았다며 무슨 일 있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심플하게 살고 싶었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책처럼 집에 아무것도 안 두고 살고 싶었다. 이상적으로 아이들도 옷 몇 벌만 두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려면 내가 현실적으로 무척 부지런해야 했다. 냄비가 하나밖에 없으면, 그 냄비를 씻어서 다시 써야 했으며, 아이들 옷이 몇 벌 되지 않으면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서 빨고 말려야 했다. 이상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았다.
<미니멀 라이프 = 고달픈 엄마>라는 생각이었다. 미니멀 라이프가 하고 싶었지만, 집안일에 서툴고 게으른 성향상 어려웠다. 다큐멘터리 보고 필 받아서 냉장고를 싹 비워냈다가, 주말이면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공수한 반찬들로 다시 꾹꾹 채웠다. 냉동칸에는 부모님이 주신 생선과 각종 얼린 국들로 가득했고, 냉장칸에는 어제 장 보고 넣어둔 식재료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그러면서도 밥할 시간이 부족해 늘 배달 음식으로 허기를 때웠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파스타 & 피자를 시켰고, 열심히 일하고 밤늦게 오는 신랑에게는 치킨과 족발을 먹였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집에서 뭔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집에서 특별히 생활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 집만 유독 분리수거 쓰레기로 넘쳐났다. 남들보다 3 ~ 4배는 가득 쌓인 쓰레기를 보며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짜증도 났다. 이렇게 내가 살림 못하는 티가 나야겠나 싶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자포자기 심정까지 감정선이 왔다 갔다 했다. 배달의 민족 어플로 시킨 음식 비용이 일주일에 10만 원 정도를 육박하면서, 도대체 언제 집밥을 해 먹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온라인 장보기로 한 달에 50만 원 정도 사고, 반찬가게에서도 한 달에 20만 원 정도는 사는 것 같은데, 집에는 늘 먹을 것이 없고, 그제야 뭔가 사려면 늘 돈이 모자랐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악순환을 끊고, 다시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