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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Aug 13. 2020

맥주 한 모금의 행복

사는 게 별건가

습도가 90%를 넘는 요즘엔 걷는 일이 안갯속을 헤매는 것만 같다. 시야도 괜스레 뿌옇다. 거리를 걷기만 해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한마디로 무척 덥다.


더웠던 오늘 밤, 단지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밤마실을 갔다. 아이 둘은 자전거와 킥보드로 기동력을 확보하고, 나는 운동을 핑계 삼아 걷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다이소. 농구의 매력에 급작스럽게 빠진 7세 아들이 농구공에 바람 빠졌다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자칭 자전거 바퀴 전문가인 경비 아저씨의 수고로움에도 온전치 못한 탄성을 겸비하자 아들은 당장 바람 빠진 공 대신 짱짱한 공을 달라며 야단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6층 사시는 이웃 어르신께 ‘혹시 공에 바람 넣는 법 아세요?’라고 묻자 다이소 처방책을 바로 내려주셨다.


다이소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고, 두 번째 목적지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다. 작년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6개월을 채 버티지 못했다. 올해 새롭게 오픈한 곳은 세계맥주와 다양한 안주(?)류를 구비해 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 ‘둘’은 신중하게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나는 맥주를 유심히 살폈다. 북한 맥주, 중국 맥주, 뉴질랜드 맥주 등등 편의점에 없는 맥주들이 가득했다. 어제는 한 캔에 3300원까지 국산 맥주를 샀는데, 오늘은 독특한 디자인에 끌린다. 붓다 모양의 초록색 병이 유혹한다.


붓다의 배를 문지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기특한 의미까지 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더웠다. 습도 때문인지 몸 전체가 끈적거렸다. 그럼에도 맥주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에어컨을 켜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천국이다. 미지근한 맥주는 차갑게 식혀 불금인 내일을 준비해야겠다.


행복이 별건가.

오늘은 어제 안 마신 맥주 마시고,

내일은 오늘 안 마신 맥주 마시는 거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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