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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ul 26. 2018

엄마의 영어

영어, 대체 몇년해야 완성인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남편의 조카가 혼자 한국에 왔다. 매번 엄마(내게는 시누이)와 함께 왔는데, 처음으로 제대로 즐기는 한국 여행인 셈이다. (고등학생이지만) 아이 혼자 한국에 보내는 것이 마음이 안놓였는지, 시누이가 조카의 영어 과외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에서 writing이 부족하다는 코멘트를 받았다면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껏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시누이 믿고 애들 영어 공부 따로 안했는데 ㅜㅜ) 캐나다에서 5년 정도를 살았던 조카조차 영어 공부를 한국에서 ‘또’ 해야 하는 현실이 착잡했다. 말로 하는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지만, 의견을 전달하고 주장하는 글쓰기에는 캐나다에서 사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윤선생으로 영어를 시작했다. 1990년 초반, 초등학교 4학년때 쯤으로 기억한다. 매일 정해진 교재를 테이프로 들은 뒤, 다음 날 아침에 선생님과  통화하며 배운 걸 복습하는 시스템이었다. 아침에 통화하는 건 진짜 최악의 공부방법이다. 미리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매번 비몽사몽할때 영어 질문을 하다니. 어린 마음에 통화하기 싫어서 전화 수화기를 올려놓는다던가, 자는 척 하는 날도 많았다. 그 당시 전화를 받는 선생님도 참 싫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부터 일이라니...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다. 윤선생으로 기틀을 잡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점수는 꽤 잘 나왔다. 그때부터는 영어, 수학 보습 학원을 다녔다. 맨투맨 영어, 성문 종합 영어 등 문법을 배우고, 시험을 봤다. 빠르게 영어 지문을 해석하고, 답을 찾는 방법, 영어 듣기 평가 문제 공략법 등을 공부했다. 수능에서 영어 점수는 꽤 나왔기 때문에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걸 정확히 알았던 때는 대학생 때였다. 내가 합격했던 대학은 학교 입학식 전, 영어 수업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었다. 영어 레벨이 꽤 여러 반이 있었던것 같은데, 당시 내가 속했던 반이 최하위였다. 그 반에 속했던 친구들 모두 충격이 상당했다. 우리가 그렇게 영어를 못했나 ㅜㅜ 싶었던 것. 이후 대학교 영자신문 동아리에 처절하게 탈락한 뒤 ‘영어는 못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했다. 


영어를 못하지만, 잘하고 싶었던 나는 미국 시카고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일년 정도 학교를 다녔다. 영어로 적당히 삶을 사는데 문제는 없었다. 수업을 듣고 이해했으며(이미 알고 있는 전공수업이었다 ㅜㅜ)호텔을 예약하고, 길을 찾고, 원하는 레스토랑을 예약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놀 수 있는 정도였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어학연수 시절 문법도, 단어 보다도 더 큰 문제를 발견했다. 특정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한국어로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사지선다형에서 답을 찾는 일은 기가막히게 잘하지만, 의견을 말하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그 어떤 언어로도 말이다.


한국어로도 단순 언어만 반복하다보니, 외국어를 배워도 늘 그 수준에 머물렀고, 대화의 깊이 역시 일상에 그쳤다. 다른 언어에 대한 갈증은 많았지만, 깊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머물렀다. 진심 그랬다.



이쯤에서 다시금 묻고 싶다. 영어는 얼마나 해야 완성인가? 초등학교때 영어는 마스터해야 다른 과목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맞을까? 영어 좀 한다 싶으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원서로 읽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그때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한국어로도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파파고도 잘 나오는데....

좀 더 버텨볼까?

더 늦기전에....

학원 보내야할까?

엄마표 영어,

시도라도 해볼까?


하루에도 수만가지 고민이 떠돈다.


그래도, 일단 생애 첫 여름방학을 먼저 즐기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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