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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컵플래너 Dec 09. 2020

코로나가 힘든 진짜 이유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보다 

나는 코로나 블루에 걸렸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나를 본다면 " 그래도 훨씬 낫네 ", 

" 잘 살고 있네 "라며 대견해할지 모른다.



요행히도(?) 나는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나의 몸과, 잔고는 코로나 블루에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 블루에 걸린 건 마음 뿐.






사람 만나는 재미에 흠뻑 살았던 20대 초반, 그리고 중반까지도

'일하는 맛', '사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맛있는 삶이었다. 

어느 날은 중국집의 불맛이었고, 어떤 날은 스시의 알싸함이었다.


대학교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부천으로, 인천으로, 

일산으로 나의 몸과 마음은 떠났다.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커피를 마시고, 

커핑을 한껏 뽐내며 홀짝거리며 삶은 굴러갔다.






코로나가 가져온 단 하나, 삶의 맛을 잃어버린 것.



아침이 되면 눈을 뜨고 호흡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추위를 느끼고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며 교통카드를 찍고 광고소리를 듣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지만...


살아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꽤 자주 찾아오는 것. 맛을 잃어버린 소금.




주위를 둘러싼 관계나 나의 잔고는 오히려 더 풍요로워졌고, 

인스타 팔로워 수는 6천을 바라보며,

매일 일거리가 주어지며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는 나의 삶은 분명 행복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가져가버린 삶의 맛은 그 모두를 '허무함'으로 바꿔놓은 것 같다.




이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매일 매일 사람을 만나고 

에너지를 쏟아야 맛을 잃어버리지 않는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루하루 걱정한다.






TV에서는 마실 물조차 없는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 

7천원짜리 통닭도 사치인 부모 잃은 아이와 할머니의 모습이 자주 방송을 탄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보다 나은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 속 우리는, 그들을 3D 실존 인물로 보지 않는다. 

좋아하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나 웹툰 주인공만도 못하다.



2D의 평면을 넘어, 그저 스케치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다.

내 삶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 있는 나의 자리, 나의 존재만이 유일한 3D인데.




굳이 저렇게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나? 나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저들의 삶을 최대한 불쌍해 보이도록 만들어 


많은 이들의 후원을 받는 것이 목적인 단체들에게

과연 순수함이 있을까 늘 생각한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대는 대신, 

골방에서 저들을 위해 기도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단지 그들보다 조금 더 재정이 있을 뿐. 좀 더 건강할 뿐.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고, 삶의 맛을 잃어버린 채 

소금 간을 잊은 식어빠진 국물처럼 아무 맛도 없이.



' 아 참, 나 강물이었지, 강물은 바다로 흘러야 하는 거야. '


바다를 향해 가야 한다는 어설픈 강박으로 

그렇게 내 삶은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그래서, 차라리 이 흐름을 영원히 멈추는 것 같다. 참으로 가슴 아프다.






그들의 일부가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떠한 때는 흐름을 멈추고 

영원한 쉼을 택한 이들의 무리에 합류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충동이 들때면 쉬는 게 맞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멍하니 흘려보내는 연습을 한다.


흘려보내다가도 아차 싶고, 

쉬어야 할 때인지, 게으르고 싶은건지 헷갈린다.





코로나가 힘든 진짜 이유.



다른 곳 모두 멀쩡한데 마음만 코로나에 걸려버린 삶.

아무 맛 없이 소금 탄 물을 매일 들이키는 삶.



맛있어질 때까지, 그저 버틴다.

버,틴,다 이 세 글자를 항상 되뇌이는 것 같다.






맛없는 소금물을 

더 이상 마시지 않아도 될 때까지




맛을 잃은 소금이 아닌, 맛있는 소금으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빛과 소금의 삶을 살 수 있을때까지



그저 무진장 버텨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를 꿈꾸며 5년을 달렸지만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회항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글을 쓰지만, 매일 다른 글을 씁니다.

제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 매일 글을 쓸 것입니다.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댓글은 많은 힘이 됩니다.





[ 바리스타이자 마케터, 작가 콩커밍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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