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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컵플래너 Dec 17. 2020

단단해지고 싶어

단단해지기 위한 객관화, 그리고 꿈틀거림

고요한 침묵을 뚫고 이 세상의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음은 다가닥, 다닥 하는 활자 소리.

꿈틀거리는 활자들은 무어라 말할 수 없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활자로 튀어나온다.





코로나 장기화로 모든 게 시들시들해져 버린 이번 해, 다행히도 나름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마케팅을 배웠고, 2개의 마케팅 회사에서 글을 썼으며, 지금은 크라우드펀딩 대행사에서 글을 쓰고 있다.


끊임없이 글을 쓴다. 허나 글은 사진, 영상과 달리 전문 분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영상과 포토샵을 다루는 사람들은 직원인데 나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다. 그런데 써야하는 머리와 골치는 그것

(사진,영상)만큼 꽤나 골치아프다. 워드 앞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포털 사이트에 있는 온갖 제품 정보는 내 손안에 있다는 느낌으로 글을 쓴다. 


코로나 시국에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3일이고 4일이고 글을 쓴다. 글이라는 게 그렇다. 대충 할 바에야 노트북을 중고로 팔아버리고 말지.





글을 얽고 섥어서 김훈이나 무라카미 하루키급이 될 자신은 없다. 글로 먹고 살려면 밥만 먹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수험생처럼 밥을 국에 말아 마시면서 글을 써도 부족할 성 싶다. 어쩌다보니 계속 글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글만 가지고 먹고 사는 건 너무나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위 '말빨'이 좋지 못하다.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을 최대한 아끼는 편이다. 남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대신할 수 있는 건 글 뿐이기에, 장문의 카톡을 얼마나 지독히 날려댔는지 모르겠다. 그것 때문에 관계가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나가도, 장문의 카톡을 끊을 수 없는 중독처럼 계속했다.


어렸을 때는 장문의 카톡이 흠이었는데, 이제는 사랑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고, 내 장문의 카톡에 도망가지 않는 '진짜 나의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코로나로 얻은 게 있다면, '진짜 내 사람들'과 '아무것도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잡담'을 나눌 수 있게 된 것. 장문의 카톡으로 말이다.





글은 표현 수단이기도 하지만, 객관화의 도구이기도 하다. 입사하면 별볼일 없는 업무가, 채용 공고 보면 꽤 그럴 듯 하지 않은가. 현실은 할일이 많으면 복장 뒤집어지고 할 일이 없으면 사무실 자리나 차지하고 앉아서 뭐하는건가 한숨 쉬는 그런 자린데, 그런 자리라도 가져보겠다고 기를 써야 하는게 지금 이 세상. 사무실 자리나 차지하고 앉아서 글을 쓰는 날 보며 누군가를 부럽다고 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그 순간에는 나에 대한 객관화가 잘 안된다. 글을 다 쓰면 할 일이 없어져서 기다려야만 하는 그 어정쩡함이 싫다. 사람은 원래 자기 상황이라면 무조건 싫어하고 보는 것 같다.





주제 없는 글을 편하게 자주 쓰는 것 같다. 블로그를 하는 것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정돈된' 글을 '아주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블로그를 이런 식의 글로 도배했다가는 상위 노출 블로그의 밑밥 밖에 안된다. 키워드도 잡아야 하고 템플릿도 있고 사진은 몇 개 넣을건지.... 으, 생각도 하기 싫은데, 마케팅 쪽으로 나갈거라 하긴 해야되니 조만간 시작할 것 같다. 


인스타 줄 바꿈과 공백, 자간을 일일히 생각해서 쓰는 것도 골치 아픈데 블로그는 또 어찌 운영할 지 난감하다. 이왕 시작하는거, 코로나로 강제 프로집콕러가 된 모두가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한 글자에 하루 종일 걸리더라도 말이다.




쓰다보니 브런치의 글씨체와 UI가 글쓰는 플랫폼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수많은 글들을 탐색하고 만나다보면, 언젠가 김훈의 발바닥 때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렇게라도 된다면 소원이 없다.





커피 전공으로 대학을 입학한 23살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콩커밍포유'라는 예명, 애칭으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꾸밈없이 수수한 글을 

쓰고 진정성있는 공감을 나누길 좋아합니다.



저의 모든 것이 담긴 아카이브와도 같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모두 코로나 시국 힘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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