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그냥 아파하기
원래 친구를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고
관계의 숫자를 늘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적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적은 관계마저 만나기가 힘들어지니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마음에는 예방하는 마스크가 없습니다.
먹으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약도 없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 다스리기를 어려워합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애석하게도, 가족이나 남자친구,
친한 친구, 심리 상담사 등 주위의 모든 사람은
마음의 마스크나
즉각 효과가 나타나는 약은 되어주지 못합니다.
일시적인 진통제일 뿐이죠.
그 진통은 다시 오게 되어있습니다.
방법이라고 말하기 뭐하지만,
제가 택한 방법은 이것이었습니다.
아프면 아파하고, 슬프면 슬퍼하고,
미치겠으면 그대로 집을 나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왔어요.
아픔에, 슬픔에,
미쳐서 속이 탈 듯한 감정에
마스크를 씌우지 마세요.
사람이라는 진통제를 복용하지 마세요.
효과 좋은 약을 찾아다니지 마세요.
그냥 아파하는 게 최고의 치료제더라구요.
실컷 아파하고 괴로워하다보면
아프고 괴로워하는 게 지겨워지는 시점이 옵니다.
그리고 지겨워지는 그 시점에
희한하게도 많은 것들이 정리되어지고,
다시 꿈틀거리는 욕구가 살아나더라구요.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지 않을만큼의
아픔과 괴로움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저는 단언컨대 살면서
남들보다 훨씬 많이 아파본 사람이고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픔이 반복될수록, 깨닫는 게 있었습니다.
참지 않고 아파하면
성숙해진다는 사실이요.
숨 막히는 마스크나 진통제를 찾지 않습니다.
소리없이 울지도 않습니다.
내 감정에 가장 솔직해지고
무너질 것 같으면 차라리 무너져버리는 게
나를 위한 선택임을, 오래 반복되어온 아픔 속에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이 경험이 되어
다른 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도요.
저의 부족한 경험이
마스크나 진통제 대신
누군가에게 진정한 치료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부족하고, 또 부족한 글을 씁니다.
글에 최적화되어 있어
오롯이 주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브런치라는 공간에게도,
어떤 경로로든
이 글을 통해 저를 만나게 된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음껏 아파하고 치유를 경험하시길 소망하며
글을 이만 마무리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