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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Feb 28. 2020

나는 착하고 성실한데 왜 맨날 이상한 상사만 걸릴까?

직장 속 올바른 관계 형성의 핵심

나는 나름 성실하게 일하는데
왜 맨날 이상한 상사만 걸릴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우선은 회사라는 곳에는 원체 이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상인이라고 해도 권력을 가지게 되면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똑같은 상사 밑에서도 누군가는 큰 신경을 안 쓰는 반면 나는 뭔가 불만족스럽고 상사를 욕하고 싶다면 뭔가 이상한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특히 나에 대한 주변 동료들의 평가가 "착하고 성실하다."이고 내가 봐도 내가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문제적 상사를 만나게 됩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죠. 그런데 단순히 그저 운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우리 팀장님은 아무리 봐도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능력도 없고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서에서 팀장님한테 전달되어야 할 내용들, 이를테면 업무 협조 사항 같은 것들을 나에게 종종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옆 부서에서 이런 부탁을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내 담당 업무는 아니니 굳이 내가 팀장님께 말씀드려야 할 이유도 없긴 합니다. 하지만 오죽하면 저러겠나 싶기도 하고, 나도 나름 부드럽고 성실하다는 평을 받기도 해서 일단 "제가 잘 전달드리겠습니다."하고 답변드렸습니다.

그리고 옆 부서에서 한 이야기를 이메일로 간략하게 팀장님께 전달드렸습니다. 말 꺼낸 옆 부서 사람을 CC 걸까 했지만 괜히 일 해준다는 티를 내는 것 같아서 그러진 않았어요.

그런데 팀장님은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이메일 회신도 안 하고 그렇다고 옆 부서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지도 않으세요. 옆 부서 담당자는 자꾸 나한테 재촉을 하고 나는 또 팀장님께 리마인드 메일을 몇 번 더 드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감감무소식이네요.

팀장님한테 메일을 한번 더 드리려니 닦달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옆 부서 사람에게 무턱대고 기다리란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어휴..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ㅜ


이런 에피소드가 아주 전형적인 상황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일 안 하는 상사 때문에 괜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죠. "우리 팀장 진짜 일도 안 하고 다른 사람 입장도 생각 안 하는 이기주의자야. 이상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팀장이 되어서는 구두도 아니고 메일로 요청이 반복적으로 왔는데도 대응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연의 당사자는 정말로 아무 잘못이 없는 걸까요?



1. 최선과 진심이 만든 불편한 상황


일단 이런 상황에서는 이메일에 옆 부서 사람을 CC 거는 게 맞겠죠. 그래야 나는 단순 전달자이며, 결정이 나지 않는 것은 팀장 이슈라는 점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혹은 애초에 부탁을 받았을 때 '저보다는 팀장님께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일 처리에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정도로 정중하게 거절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스킬일 뿐,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바로 당사자가 상황을 불필요하게 팀장과 1:1로 만든 것입니다.


'내'가 부탁받은 것은 구조상 옆 부서 담당자와 팀장 사이의 일입니다. 나는 단순히 중간 전달자일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역할을 최대한 쳐준다고 해도 1:1:1, 즉 3자간 커뮤니케이션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전체 일 진행을 100으로 본다면 나의 역할은 10에 불과합니다. 옆 부서 담당자와 우리 팀장 사이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한 이후에 나의 역할은 그냥 끝인 것이죠.


팀장이 요청받은 사안을 즉각 처리하면 나는 옆 부서 담당자에게 약간의 마음의 빚(부탁한 걸 도와줬으니까요) 정도를 주면서 일이 잘 마무리된 것입니다. 팀장이 평소처럼 묵묵부답이라도 10의 비중밖에 없는 중간 전달자인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죠. '팀장님이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요. 미안해요.'라고 감쌀 필요도, '팀장이 원래 좀 게을러요.'라고 욕할 필요가 없습니다. 혹은 '나는 전달했고 팀장이 안 하는데 어떡하냐.'라고 변명하거나 미안해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2. 불필요한 1:1 관계의 형성


그런데 이 '착하고 성실한'사람들은 관계를 자꾸 1:1로 만듭니다. 그리고 각각의 관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전체 관계를 엉망으로 만듭니다.


위 에피소드에서 '나'는 팀장에게 1:1로 업무를 전달했습니다 (CC 없이 메일을 보냈으니까요). 덕분에 옆 부서의 요청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고 안 하고는 팀장과 나 사이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팀장이 묵묵부답이면 내가 눈치 보이고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리고 나와 옆 부서 사람 역시 1:1 관계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옆 부서 사람의 요청사항인데도 내가 부담을 짊어진, 내 책임 같은 일이 되어버렸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팀장이 움직여야 하는) 업무를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셈이 되었으니까요. 극단적으로 보면 아무 권한도 없는 내가 업무를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한 꼴이 된 겁니다.


비슷한 문제들은 수도 없이 생깁니다.


가령 새로운 사수가 나에게 업무를 잘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고 해봅시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이럴 때면 사수와 어떻게든 '친분'을 쌓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업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친분이 생겨도 흔쾌히 공유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사수를 불편해한다면 사수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애초에 친분을 쌓으려고 해도 그럴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내 성격 때문에 자꾸 1:1 관계를 만든다는 것인데, 그것이 건강한 상태가 아닐 경우에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그리 없게 됩니다. 결국 상사 욕하면서 퇴사하게 되는 것이죠.



3. 직장 속 올바른 관계의 핵심


굳이 일부러 사람들과 관계를 건조하게 가져갈 필요는 없지만 업무적인 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거리만 유지하다 보면 내가 어려울 때 의지할만한 사람이나 나와 감정적으로 교류할 회사 내 친구를 만들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나와 사수의 관계 말고도 여러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수와는 업무 정보가 공유되지 않지만 다른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온 정보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죠.


착하고 성실한 것은 기본적으로는 매우 좋은 성격입니다. 그렇지만 조직에서는 지나치게 1:1 관계에 매몰되어 전체적인 업무 상황에 맞게 관계를 최적화하는데 실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상대가 실제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경우에는 결국 맞상대로 부딪혀 갈등을 키우고 파국을 불러오게 됩니다.


관계에 성실하기에 '착한'사람이지만 조직에서는 '적절한 거리감'과 '다중의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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