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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r 11. 2020

코로나 19 이후 예상되는 커다란 변화들 (I)

재택 솔루션, 배달 경제, 오프라인 최적화

일전에 코로나 19 사태 이후에 비즈니스 영역에 어떤 일들이 생길까에 대한 전망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주로 온오프 통합 영역에서 온라인 플랫폼 (ex. 배달의 민족)의 영향력이 커지는 트렌드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요 며칠 구로 콜센터 사태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기존 트렌드가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도 깊은 변화가 나타날 것 같다는 것으로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변화의 배경


처음에는 대구 신천지로 인한 집단 감염 이슈가 3월 초 즈음에는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서울 경기권에 큰 피해 없이 말이죠.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택근무, 온라인에 대한 의존 등도 일시적 현상으로 마무리되고 다시금 과거 일상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온라인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긴 하겠지만, 새로운 사업들이 그 틈바구니에서 성장하기에는 짧은 기간으로 봤었습니다.


하지만 구로 콜센터 사태로 인해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종교나 요양원같이 특정 조건이 아닌, 일반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공간과 그 속에서의 활동이 공포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까요. 심지어 같은 식당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도 감염되었다는 뉴스도 보면, 오프라인에서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행동들에 엄청난 부담이 따라온다는 의미도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자체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산발적으로 불쑥 튀어나오다가 치료제가 출시될 쯤 되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곧 사라지겠지요. 일례로 2015년에는 메르스 환자 한 명만 나타나도 온 나라가 난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을 뿐더러, 누군가 일부러 얘길 꺼내지 않으면 기억도 잘 안나죠. 작년까지도 메르스 환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지만 일상이 위협받는 경험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게 됩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우리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바뀔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제가 코칭하면서 만나는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접근법과 뉴스, 그리고 주변의 피드백을 종합해서 한 번 전망해보려고 합니다. ('전망'일 뿐이니 당연히 틀릴 수 있고, 보시는 분들의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 댓글 환영합니다.)



하나. 재택 솔루션의 붐


'재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도 대다수가 '재택근무'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늘어나고, 개발자나 디자이너, 그리고 유튜브 편집자 등의 업종들이 늘어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던 재택근무는 이 시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제도이고, 그만큼 재택근무를 도와주는 솔루션이나 시스템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더 이상 낯선 제도가 아니죠.


여기서 제가 언급하는 '재택 솔루션'은 메신저나 파일공유 프로그램과 같이 재택근무를 도와주는 툴이 아니라, 집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도와주는 솔루션을 의미합니다. 운동이나 자기관리,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서비스들 말이죠.  

 

펠로톤이나 미러 등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홈 피트니스 업체들이 대표적입니다. 그간 국내에서는 미국보다 주택 규모가 작다는 점, 그리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위주의 주거 형태로 인한 층간/벽간 소음 문제로 인해 이런 홈 피트니스 솔루션이 확대되는데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지 주변 공원에서의 운동도 일종의 홈 피트니스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미러처럼 스트레칭과 맨몸운동은 집 안에서 하고, 밖에서는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런닝을 하는 형태도 가능하니까요. 이를 합산해서 운동관리를 해주거나 스마트 체중계 등 다른 디바이스와도 연계해서 운동 효율을 확인해주는 솔루션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추가로 법적인 제약이 많기는 하지만 원격 의료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한 데이터 축적용 솔루션도 분명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앉아 있는 동안 무심코 하는 거북목이나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를 취하는 빈도를 측정해서 알려주는 의자나 자세 교정용 엑소 스켈레톤 같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당연히 스마트 워치나 기타 디바이스와 연동되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앱으로 보여주면서 필요하다면 의사에게 그 자료를 들고 갈 수 있게 해주는 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솔루션들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관련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을 뿐이죠. 재택근무 덕분에 피트니스 솔루션이나 기기를 이용하는데 있어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고, 집에 혼자 있다보면 몸이 더 예민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향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더불어 자기 관리를 도와주는 솔루션들도 각광을 받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농담삼아 기상시간이 되면 이불 밖으로 사람을 튕겨내는 침대같은걸 상상했었는데 비슷한 서비스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이런 황당한 형태는 아니구요ㅎㅎ)


알람이나 일정관리 등 작은 부분에서 출발해서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가는 날의 날씨나 패션 트렌드 등을 AR로 보여주는 서비스도 가능하겠죠. 아니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캘린더를 동기화해서 각 스케줄별로 최적의 동선과 교통편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겠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단순히 시간되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과 습관에 맞춰서 알림을 보내는 등 학습 기능이 있다는 점이겠지요.   


VR이나 AR 글래스가 의외로 다시 관심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면 접촉이 줄어들다보니 오히려 VR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모임을 하는 식의 솔루션들이 다시 시도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형태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형태겠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급자가 실시간으로 놀이 공원에서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찍는 VR용 영상을 공급하고 사용자들은 이걸 즐기는 식의 서비스들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VR 영상도 잘 안보는데 너무 헛소리 아니냐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2000년대 초반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져버린 ‘Second life’ 같은 서비스의 현대 버전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도될 것 같습니다. 실사 영상 위에 VR용 아바타들이 돌아다니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셈이죠. ‘레디 플레이어 원’은 절대 못되지만 이 단초 정도는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는거죠. 온라인 공연이나 버추얼 투어 (관광지에 누군가 나 대신 돌아다니고 나는 그 영상을 실시간 VR로 보는 것) 등을 제대로 즐기려면 평면 디스플레이는 너무 단조로우니 VR 용 콘텐츠가 본격 제작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너무 공상 과학 아니냐 싶으실테니 다시 현실로 좀 돌아오면, 게임도 모바일 게임에서 다시금 PC 게임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 출퇴근 2시간의 지루함을 줄여주는 것이 모바일 게임이었다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출퇴근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고화질에 화면도 큰 PC쪽으로 시선이 가게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유튜브의 동영상 등도 계속 짧아지는 추세였는데, 반대로 긴 호흡의 영상들이 득세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PC 게임 하는 친구들이 BGM처럼 유튜브의 긴 영상을 틀어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행동의 직장인 버전용 영상인거죠.


집에 있으면서 스트레스를 줄여주거나, 자기 피부를 관리하거나 마사지를 해주는 개인 관리 소품들과 셀프 인테리어 시장도 굉장히 커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개인 위생을 관리하는 솔루션들도 매우 활발해지겠죠. 물론 이런 제품들은 개별 업체 단위에서는 차별화가 매우 어려운 제품이고, 안전과 관련된 부분도 많아서 수요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한 두 업체가 독식하기 보다는 작은 업체들이 난립하는 식이 아닐까 싶어서 스타트업 입장에서 진입은 쉽지만 스케일업은 매우 어려운 시장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마스크 업체나 관련 스타트업 등이 많이 등장해서 국내에만 130여개 업체가 있다는데 대부분은 영세한 상황을 못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거 쓰다보니 또 한정없이 길어지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며칠 내로 이어서 배달 경제의 변화와 오프라인 최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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