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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pr 27. 2020

너무 성실한 사람을 팀장에 임명하면 벌어지는 일

리더십과 성격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성실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해라', '약속을 했으면 지켜라', '기왕 시작했으면 끝을 봐라'와 같은 것들이었죠.


어릴 때부터 이렇게 교육을 받아서인지 회사에도 성실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일을 성실하게 잘해야 승진할 확률도 올라가니, 상사들은 더욱 성실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성격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성실성 또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성실성이 가지는 리더십 측면에서의 단점, 그리고 경영진이라면 이런 리더들의 임명과 운영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성실성 + 자기 확신 = '멍부'


대기업의 영업팀이나 중견기업, 특히 제조나 유통 회사의 간부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유형입니다.

책임감과 성취욕구가 강하고 실행력도 높습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은데, 유연성과 포용력이 떨어지면서 자기 확신까지 강하면 소위 '멍부'형 상사가 됩니다.


단기적 실적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매우 능합니다. 오더 내려오면 바로 돌격하는 성향이니까요. 하지만 상명하복에 익숙한 만큼 윗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지만 아래 직원들에게는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조직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거나 기존의 접근법이 더 이상 시장에 통하지 않을 때, 그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추구해야 하는 조직 혁신의 상황에서는 가장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해온 방식에 대한 확신이 매우 강해서 새로운 것들, 자기가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을 배척합니다. 조직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부르짖지만 정작 창의성을 가로막는 상사가 되는 유형입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헌신, 그리고 지금까지의 실적 덕분에 영업/마케팅 조직의 책임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조직을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인사팀 책임자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성실성과 자기 확신이 결합된 이런 유형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경직성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 자리에서는 동의하는 척 하지만 돌아서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기 밑에 있는 현업 직원들에게는 경영진 방침을 굳이 따를 필요 없다는 식의 지시를 내릴 때도 많습니다.


조직에 건강한 긴장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이런 유형은 3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은 조직에 헌신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실적과 태도를 고려해 승진시키기 쉬운데, 실적에 대해서는 보너스 등 다른 보상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고 이와는 별개로 승진은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역량을 갖춘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과 유연성이 있는 사람 말이죠.


이미 조직 내에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면 외부 수혈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인물들을 모두 중요 포스트에 놓은 상태에서 조직 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존의 방식을 체화하고 이를 신봉하는 성격이라서 그렇습니다.


   

2. 성실성 + 불안 및 우울감 = 완벽주의 or 강박


영업은 물론, 마케팅과 개발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입니다. 매우 성실하고 꼼꼼한데 불안이 많아서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스타일이죠. 멍부에 비해 사고력도 좋고 유연하지만 불안이 자극되는 상황에는 자기도 힘들어하고, 주변 사람들도 괴롭게 만듭니다. 대인관계에도 거리를 두는 타입인데, 성격이 냉정한 경우에는 조직에서 감사나 내부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자기의 불안과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을 남에게 쏟는 케이스라고 해야 할까요?


꼼꼼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은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무리하다 보면 결과가 안 좋을 때가 더 많습니다. 무언가를 검사하거나 확인하는 직무와 같이 과거에 포커스를 맞춘 일에는 이런 성향이 적합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일이라는 게 대부분 미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게 문제죠.


앞날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에 나왔던 그 수많은 경제 전망 중에서 코로나 사태를 예상한 게 있었던가요. 그래서 다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수준의 예측과 대비, 가이드라인은 필요하겠지만 그 속에 너무 경도되고 집착해서는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성실한 완벽주의자들은 이런 상황을 못 견디는데요, 이런 타입이 리더로 있는 조직의 팀원들은 끊임없는 야근에 시달리게 됩니다. 원격근무를 한다면 근무시간 내내 웹캠을 켜놓으라고 강요한다거나, 업무일지를 한 시간 단위로 쓰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유연성이 필요한 자리에 이런 사람들을 앉혀놓으면 직원 morale은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그리고 팀 성과도 갈수록 취약해집니다. 상황 변화에 대응을 못하니까요. 성실한 완벽주의에 설상가상으로 공격성까지 높은 사람이 리더로 있는 조직에서는 유능한 직원부터 퇴사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분명 실무자로서는 능력도 있고 꼼꼼하고 확실하게 정리할 줄도 압니다. 하지만 자기 불안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창의력과 순발력이 요구되는 업무는 맡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이런 업무를 맡겼다면 경영진의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불안이 과도하게 표출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성실성 + 착함 = 냉정함과 명확함을 구분하지 못함


성실하고 착하니 정말 좋은 직원입니다만, 이들이 상사가 되면 팀원들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직원들 사이 갈등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한 마디로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똑 부러지게 말을 못 하는 것이죠. 경영진에게도 인간적으로 미안해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자기 부서의 문제점이나 개선 방안 등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착하지만 답답하고 일 못하는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성숙한 경영진은 이런 관리자들에게 인간적인 친절함과 리더로서의 냉정함을 구분하도록 요구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줍니다.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리고 사기 치는 스타일은 아니니 여러 차례 기회를 줘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시급한 순간까지 우유부단하게 행동한다거나 냉정함과 명확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조직에서 더 이상은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착하고 성실하다는 이유로 관리자로 승진시킨다면 팀원들 간 파벌이나 갈등이 만연하거나 문제적 직원이 등장해서 조직 분위기를 망가뜨립니다. 조직 컨트롤이 안 되는 거죠.


게다가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마케팅 직무와 같이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에도 취약합니다. 창의적인 생각,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 자체가 누군가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관철시키고 실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타 부서나 경영진과의 갈등도 피하지 않는 리더가 앞장서야 하는데,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이기에 부적합합니다.


착하고 성실한 타입에게는 창의적이고 전투적인 일보다는, 조직 내부를 관리하거나 구성원들을 챙겨주는 업무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성실함은 그 자체로 장점이 많은 성격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소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과도한 경직성이나 강박적 완벽주의, 우유부단함으로 변질될 여지도 큽니다. 성실성에 주목해서 누군가를 승진시키고자 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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