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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y 10. 2020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흐지부지되는 두 가지 이유

결국은 인내심의 문제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다양하게 협업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방법론을 Corporate Venturing(이하 CV)이라고 합니다. 사내 스타트업 혹은 사내벤처는 CV에 속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기업 담당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흔히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우리 회사 사내 스타트업은 왜 자꾸 흐지부지될까요?


2010년대 중반까지 CV는 우리나라 대기업에게는 관심 밖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와서 갑자기 사내 스타트업을 한다고 하면 잘 안 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최근까지도 무슨 회사가 운영하는 사내 스타트업이 잘 된다더라, 어디 어디 출신 사내 스타트업이 잘 나간다더라 하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사정이 마찬가지인 듯싶습니다. 




1. 대기업들의 파격적인 지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건성으로 운영한다거나 지원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사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구성원들에게 전례 없이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아이디어 사업화에 필요한 비용을 몇 억씩 주는 것은 물론이요, 사내 스타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은 실무에서 배제시켜줍니다. 또한 실패해도 곧바로 하던 일, 기존 팀에 복귀할 수 있게까지 해주죠. 


그뿐인가요. 회사 내부의 자원들, 예를 들어 R&D 팀이나 생산, 물류 등등을 쓰라고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보수적인 문화를 생각해보면 정말로 파격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그래도 잘 안 되는 이유


하지만 이렇게 전폭적으로 밀어줘도 성공한 사내 스타트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많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내 스타트업팀 선발 수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수 십 개의 스타트업 중에서도 3년 뒤까지 살아남는 것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충분한 ROI를 돌려주는 스타트업은 하나 있을까 말까입니다. 


사내 스타트업을 발굴하면 아마도 1년에 두세 개가 한계일 것입니다. 5년 동안 선발해도 채 20개가 안 되는 수준이고, 여기서 성공한 업체를 하나라도 만들면 스타트업 평균보다 타율이 높은 것이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사내 벤처에 대한 'Invest Horizon', 즉 투자기한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보다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물론 스타트업 중에서는 창업 1년 만에 수십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순조롭게 매출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말로 드문 케이스고, 대부분 3~5년 정도는 Death valley 언저리에서 버티다가 서서히 안정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지만 사내 스타트업들은 파격적인 지원을 받는 대신에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성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물론 사내 스타트업에 선발되는 팀들은 단기적으로 실적을 만들어내고 시장에 존재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며 모기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기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업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나 마케팅 실패 등등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소수의 팀만 선발하는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기간까지 짧게 설정하면 결국은 실패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소위 'Lean Startup'식의 접근이 불가능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모기업 의사결정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업화가 진행되기도 하니 결과는 뻔합니다. 


이런 상황은 사내 스타트업팀 당사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모회사 입장에서야 파격적인 혜택을 준 만큼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당사자들은 현업에 있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낯설고 어려운 일을 단기간에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혜택이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죠. 


게다가 모회사의 인내심 부족까지 느끼게 되면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기고 사업화나 성공보다는 현업 복귀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기업들의 사업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또한 최근 몇 년만큼 활발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은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사내 스타트업, 나아가 CV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혜택과 함께 '긴 호흡'으로 조금 더 멀리 보는 투자와 운영이 필요합니다. 성과에 인내심이 필수인 곳이 바로 스타트업이니까요. 




패스파인더넷은 기업 성장 전략 전문 Advisory입니다.


Seed ~ Series A 까지의 초기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기업의 Corporate Venturing 전략(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설계 및 운영, 오픈 이노베이션 등)에 대해 조언드리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성장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고민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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