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사업화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종종 백종원님과 식당 주인분 사이에 메뉴를 줄이는 것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백종원님의 요지는 "아직 대규모의 고객 대응에 익숙하지 않고, 주력 메뉴의 맛도 안정적이지 않으며, 재료 재고 운영 등에도 노하우가 부족한 상태에서 메뉴를 섣불리 추가하면 시간과 재료비는 더 들어가지만 고객 만족도가 떨어질 위험이 많다"는 것이죠. 즉, 주력 메뉴에 집중해서 이에 대한 경쟁력이 충분히 생기고, 운영적인 면에서도 고객 대응이나 재고 관리 스킬이 올라가야 메뉴가 늘어도 감당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식당 주인분들께서 하시는 이야기는 대략 "고객이 원하는데 어떻게 빼냐?" 이지만, 사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분들이 '만약 주력메뉴만 파는데 고객이 안오면 어떻게하지?'라는 불안감이 그 핵심 원인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유사한 일이 스타트업 업계에도 나타납니다.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준비할 때 이 기능, 저 기능을 추가하느라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기능을 추가하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고 보통 이야기 합니다.
-고객 조사를 해보니 고객이 이런저런 기능을 원하더라
-시장의 경쟁사에는 이런저런 기능이 기본으로 붙어 있다
-일단 기본 서비스는 유사해야 차별화도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이 산업에 있는 제품이려면 이런저런 기능은 갖춰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냥 겁먹어서 입니다.
기존에 고객이 만족하게 쓰고 있는 제품이 있는 시장에서 '차별적 아이디어' 라고 떠올린게 있어서 그걸로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사실 창업자가 '그걸로 만약 차별화가 안되면 어떻게하지?'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이 기능 저 기능을 추가하는 겁니다.
아이디어가 충분히 좋고, 그 기능만 제대로 구현한다면 그 제품/서비스는 고객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 아이디어를 정말 잘 구현했고,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도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반응이 없다면, 그냥 그 아이디어가 별 볼일 없는 것이었거나 나를 포함한 창업팀은 그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구현할 능력이 없는 겁니다. 그 사업은 거기까지가 끝이죠.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는 창업팀은 이게 무서운 겁니다. 자기의 아이디어가 별볼일 없거나 자기 팀이 능력이 없다는 걸 들키는 것.
거절당할까봐 맘에 드는 이성에게 말을 붙이지 못하다가
그 사람이 떠나고 난 뒤에야 "야, 내가 주접떨지 않으려고 말을 안건거지 말 걸었으면 넘어왔어" 같은 호언장담하는 것과 같은 마인드.
아이디어의 본질에만 집중하고, 그걸 구현하고 마케팅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고객 반응이 나쁘면 내 아이디어가 별 볼일 없었던 것이고, 사업은 거기서 끝난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합니다.
아니면 정부 지원금같은 눈먼 돈 받은 다음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제품에 집어넣느라 돈 다쓰고도 결국 시장에 제대로 출시하지도 못하면서 "야, 내가 자금만 좀 더 넉넉했으면 시장이 뒤집어졌어!" 라고
말하는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