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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ep 29. 2020

[서문]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속 성장 전략 찾기

'Corporate Venturing과 기업의 성장 전략' 서문

전 세계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아마도 역사에 '코로나 쇼크'정도로 불릴지도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은 세계사적 관점에서는 2차 대전 이후, 그리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IMF 이후 최악이라 할 만한 위기의 시간입니다. 


지난 세기를 주름잡았던 산업은 석유, 화학, 철강, 자동차, 반도체와 같은 중후 장대형 산업이거나 전자,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막대한 자본이 투하되거나 대규모의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대형 공장과 대량 생산으로 특징지어지는 이들 산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대두되고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동남아, 동유럽으로의 Global value chain, 즉 오프 쇼어링(Off-shoring)*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들은 전자, 자동차, 화학, 통신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 오프 쇼어링(Off-shoring) : 기업이 보유한 산업/서비스 일부를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 반대 개념으로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의 성장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1)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2)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도록 한다는 기조였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돈 되는 것은 다 하는 소위 문어발식 경영을 했었지만 IMF를 겪으면서 특정 산업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장기적으로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 중심, ROE(Return On Equity) 중심 경영을 지향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IMF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을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변화였고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의 경영 원칙에도 부합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전략을 통해서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IT 산업의 발전,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에 모바일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성장 전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 모바일로 촉발된 혼돈의 시대, 그리고 코로나


모바일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검색엔진에 불과했던 구글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전기차를 만들던 테슬라는 로켓을 쏘아 올립니다. 온라인으로 책을 팔던 아마존닷컴은 이제 거의 모든 오프라인 업종들과 경쟁하고 있죠.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Retailer Apocalypse'라는 말이 유행할 지경이었습니다. 


GE나 월마트 같은 전통의 강자들도 IT 업체들에 의해 시가 총액 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려났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식in 서비스로 겨우겨우 일어났던 네이버가 이제는 국내 최대의 유통업체가 되었고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는 은행을 만들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매출이 1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음식점 체인이 되어버렸고 그들의 경쟁자는 소셜커머스였던 쿠팡입니다. GM대우, 쌍용 등의 경쟁자를 따돌린 현대차는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자동차 전장업체를 인수하면서 그동안은 신경도 쓰지 않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죠.  


그동안의 예측 불가능성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코로나 19는 이런 불구덩이에 기름을 들이부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언택트, 다른 말로 온라인으로 통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오프라인을 위주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기업들은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어떤 경쟁력 요소와 자원을 가지고 있었건 상관없이, 디지털 트렌드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하고 언택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경쟁자의 출현으로 인해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고 있죠. 


산업 영역과 경쟁자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그 속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강화해야 할 경영자원이 명확했던 시절은 이제 끝났습니다. 디지털 기술 혁신,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불명확한 세상이 되었고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자랑이자 경쟁력이었던 첨단 설비나 초대형 매장 같은 자원들은 이제 도리어 경쟁력을 축내는 부채가 되어가는 반면에 고정자산이라 할 만한 것들도 크게 없었던 스타트업들이 곳곳에서 기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기존 상품과 서비스에만 집중하던 사이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던 작은 스타트업 토스가 등장해서는 어느덧 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거의 모든 시중 은행으로부터 플랫폼 사용료를 받아서 수익을 내는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즉, 기존 기업은 이미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있고 투자해놓은 자산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 상황의 급변에 대응할 수 없거나 플랫폼 기업으로서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을 채택하기가 어렵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오히려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기존 기업들도 여전히 엄청난 자산과 인적/기술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손 놓고 놀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했던 혁신 전략들은 이 시대에는 부채가 되어 발목을 잡게 되었습니다. 특정한 한 두 가지 산업에 대해 인사이트를 갖춘 경영자가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성에 맞춰서 조직을 상명하달식으로 이끌며 혁신을 이루는 방식은 변화의 폭이 크지 않던 시절에는 유효했지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 시대에는 자칫하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2.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의 성장 전략, Corporate Venturing


이처럼 경영자의 인사이트 하나만으로 전략을 세우고 성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 대신에 회사 내의 모든 경영자원, 특히 인적 자원들이 각자의 판단으로 다양한 혁신 방법을 주장하고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리딩 기업들이 R&D나 신사업 진출 등 전통적인 경영 도구들 이외에 스타트업의 경영 방법을 도입하고 사내벤처를 시도하고 외부 스타트업을 양육하고 Alliance를 맺고 지분 투자와 M&A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Corporate Venturing(CV)은 이런 맥락에서 기존 기업들이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내외부의 스타트업을 활용해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모든 시도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방식들을 포괄합니다.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M&A 하는 'Corporate Venture Capital(CVC)'

외부 스타트업을 자사 R&D나 신사업에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Open Innovation'

스타트업과의 계약이나 협업을 통해 자사 Value chain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자산 활용도를 높이는 'Value Chain Partnering'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을 모으고 양육하면서 신시장 Tapping은 물론, 사회 공헌까지 동시에 충족시키는 'Accelerating'

사내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를 통해 조직문화 활성화와 조직 활성화를 유도하는 '사내벤처'


물론 이러한 전략들 또한 그 자체로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부 인적 자원들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리드할 능력이 없어서 실행 측면에서 문제점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시장 전체를 바꾸겠다는 'Size does matter'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이며, 한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Core competency의 시대도 저물고 있습니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고 경쟁 양상은 너무도 급변하는 상황에서 모든 자산과 자원을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은 오히려 기업을 무겁게 하고 경쟁에 도태되게 만들 위험성이 큽니다. 


이런 시대에서 기업은 핵심 산업에서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내외부의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험하는 한편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내서 협력하고 경쟁하고 공생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방식들이 기존 전략에 비해 명확한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100% 성공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이와 같은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상황입니다. 


즉, 지금 이 시점에서 기업의 경영진이 해야 할 고민은 'Corporate Venturing을 해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패스파인더넷에서는 앞으로 Digital Transformation과 코로나가 가져오는 급격한 변화는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Corporate Venturing의 세부 전략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각 전략이 가지는 맥락과 이론적 배경, 그리고 실행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아이디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저희 패스파인더넷이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보다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가이드기 되기를 기원합니다. 


1. 기업의 CV 필요 역량 향상을 위해 패스파인더넷이 제공하는 진단과 프로그램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bit.ly/패스파인더넷_offering

2. 패스파인더넷 홈페이지/페이스북에서는 교육 후기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pathfind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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