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성격
사람의 인생을 어느 한 두 인자만 가지고 설명한다는 건 말도 안되고,
일의 전체 성패에는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외부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이 역시 섣불리 예측한다는게 역시 말이 안되지만,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해서는 그 사람이 일과 대인관계에서 보일 태도는 생각보다 예측이 가능합니다. 사람은 우리 생각보다 업무와 대인관계 태도에서 훨씬 높은 일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여기서 지각하는 사람은 다른데 가서도 지각하고, 여기서 완벽주의면 저기 가서도 완벽주의를 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태도의 예측은 결과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게 합니다. 가령 심하게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일정 시간내에 조직 내에서 갈등을 경험할 확률이 매우 높고, 자기 사업을 한다고 해도 공동창업자나 투자자, 직원 등과도 부딪혀서 사단이 날 위험성이 많겠죠. 물론 이런 성격에도 지능이 높고 대단히 성실하다면 성공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분명 편지풍파를 겪기 마련이죠. 일례로 스티브 잡스의 젊은 시절 성격이면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도 쫓겨나는 식의 황당한 갈등을 겪게 된다는 것이죠.
여러 태도 항목 중에서 통계적으로 상당히 검증된 다섯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이들은 반복적 또는 지속적 일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상황이 바뀌어도 크게 영향받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런 요소들이 상호작용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주 많이 축적되어 있죠. 소위 Big Five Personality라고 부르며, 원래 학생들의 고등 교육에서 학업 성취도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습니다. 차츰 다듬어지고, 좀 더 정교해지면서 다시 대학생활의 성취를 예측하게 되었고, 직장인의 업무 성과를 예측하고, 최근 성격심리학자들의 연구들에서는 창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개인적인 취미처럼 시작한 일이지만, 저 역시 벌써 4년 넘게 2천명 이상의 국내 창업자들에 대한 Big Five 검사를 해왔고, 그들이 검사 후 1~4년 이상 어떻게 사업하고 있는지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00%라는 건 사람을 연구할 때 존재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제가 해온 2천명의 DB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만,
이제 Big Five 검사를 하고 난 뒤의 결과에 비춰보면 성공에 대한 예측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지만, 실패에 대한 예측은 90% 이상의 확률로 맞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사업의 성공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문제이지만, 실패는 거의 항상 창업자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통계만 이야기하자면, 제가 검사해온 2천여명의 창업자 중 창업을 말아먹지 않을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25%를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나머지 75% 분들의 창업 성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코로나 시기인데도 직장인의 70%는 창업을 꿈꾼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자영업의 70%가 5년내에 폐업한다는 통계나, 스타트업의 70%가 3년내 망한다는 객관적인 통계는 논외로 치더라도, 여러분이 아무리 아이디어가 많고 돈도 많고 능력이 있다고 해도, 창업을 버텨낼 수 있는 성격인지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연예인이 따로 있고, 공학자가 따로 있고, 연구자가 따로 있는 것처럼 창업 역시 어울리는 사람들은 특정한 자질을 가진 소수입니다. 월급은 남이 나에게 줄 때가 좋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