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중간에서 고생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
오늘은 하급자 입장에선 괜히 난처한 상황, 상사들 간의 기싸움 가운데 끼인 경우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팀장 밑에 있는 차장과 부장 사이가 그리 아름답지 못합니다. 부장이 의견을 내면 차장이 반대를 하는가 하면 부장은 차장 꼬투리를 잡아서 으르렁대기도 합니다. 팀원들은 괜히 눈치만 보고, 그러다 보면 일 진도가 안 나갑니다. 진도만 안 나가면 차라리 다행이게요. 차장에게 지시받은 내용과 부장의 피드백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팀원 입장에서는 정말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이럴 때는 팀장님이 교통정리를 해주면 참 좋을 텐데. 부장과 차장의 업무 영역을 분리해주고, 부장을 2인자가 아니라 팀 내 여러 업무 중 하나를 관장하는 Module leader처럼 쓰면 팀원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입니다. (자기가 속한 Module Leader의 지시를 따르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건 정말 이상적인 케이스일 뿐이고, 문제는 점점 심해집니다. 특히 위계는 1) 팀장 2) 부장 3) 차장 순으로 존재하는데 정작 일은 ① 팀장 + [부장 + 과장 이하 팀원] 라인과 ② 팀장 + [차장 +과장 이하 팀원]으로 진행되는 경우에 심각해지죠. '과장 이하 팀원'들 입장에서는 업무가 두 세배로 늘어납니다. 부장과 차장이 각각 상반된 지시를 내리는 데다 둘 사이 눈치까지 봐야 하니 말입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무엇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해소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그때까지 스트레스를 낮추는 전략이 존재할 뿐이죠.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의아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사들 간 알력 다툼은 당사자들에게도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사자 중 한 명이 쫓겨나고, 얼마 뒤에 다른 한 사람도 어딘가로 사라지는 식이죠. '대부분'이라고 언급한 것은 평균적인 업무 역량을 갖춘 상사들 간 다툼이 팀원들까지 휘말리게 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경쟁에 에너지를 쏟는 만큼 업무 성과는 낮아지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갈등 당사자들을 제압할 만한 소방수가 투입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 결국 갈등 당사자의 말로가 좋지 않다는 말씀도 드린 것입니다.
팀 내에서 충돌하는 상사들은 대개 다음의 스테레오 타입을 따라갑니다.
[타입 A] 강압적인 독불장군. 업무 역량은 보통이지만 그다지 스마트하다고 할 수는 없는 사람.
[타입 B] 차분하지만 뒷담화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공감대를 구축하려고 함. 업무 역량은 A에 비해 떨어지는 사람.
물론 나이나 직급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이 조합이 팀원들을 괴롭게 만드는데요, 팀원들이 겪는 고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A와 B의 충돌을 지켜봐야 하는 불편함
A가 공개된 자리에서 B를 저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설적인 A는 눈 앞에서 직접 공격하는 반면 B는 앞에서는 별 말 안 하고 뒤에서 푸는 수동 공격 스타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 상황 자체가 팀원인 여러분의 눈 앞에서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갈등 자체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대놓고 비웃고 욕하는 행동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불편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둘 다 직설적이면 멱살잡이 한 번 하고 뒤끝은 없을 텐데, 차라리 둘 다 수동 공격형이면 최소한 겉으로 티 나게 불편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2) B의 하소연을 듣는 난처함과 피곤함
뒷담화도 한두 번이면 몰라도 계속 들으면 피곤하죠. 뒷담화를 하는 B도 나의 상사인데, B가 욕하는 A도 내 상사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B는 성향상 자기 의견에 대한 동의를 요구할 테고, 급기야는 내 입에서 A에 대한 불만이 나오게끔 유도하기도 합니다. B의 부담스러운 뒷담화는 반복될 테고 이래저래 난처한 자리도 종종 생길 테죠. 예를 들면 퇴근 후 술자리 같은.
3) 갈등으로 인해 강화된 A 업무 스타일에 대한 반감
A와 같은 성향은 알력 다툼이 생기면 자기 업무 스타일을 강화시킵니다. 다소 독선적이었던 업무 지시가 이제는 그냥 '까라면 까'라는 정도가 되어버리죠. 문제는 이것이 B만 잡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 전체에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중간관리자인 B에게 강압적이고 깐깐하게 기준을 들이밀었으니, 그 아래 팀원들은 당연히 그 요구조건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팀원들 입장에서는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4) 업무 진행상 문제 발생(e.g. 상반된 지시, Bypass 요구)
감정의 충돌은 결국 업무상 의견 충돌로 확대됩니다. 그러면 결국 A와 B 각각의 지시가 서로 상반된다거나, 상대방을 건너뛰고 자기에게만 보고하라는 등의 요구사항이 내려오게 되죠. 팀원 입장에서는 상반된 지시 어느 쪽을 따르더라도 다른 한쪽의 욕을 먹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합니다. 게다가 어느 한쪽에게만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럼 1)~4) 중 도대체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까요?
일단 현실적으로 제일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2) B의 하소연을 듣는 난처함과 불편함'입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B와 꿍짝이 맞는 뒷담화 파트너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계속되면 그 자체도 스트레스지만 조직 내에서 B와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거든요. A와의 갈등에 나도 모르게 참전하게 되는 것이죠.
자기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는 B에게 이렇게 말합시다. "제 상급자이신 두 분께서 서로 불편한 관계이신걸 이렇게 자꾸 확인하게 되는 것이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는 그냥 제 일만 했으면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것 만으로도 스트레스의 절반은 줄어듭니다.
'1) A와 B의 충돌을 지켜보는 불편함'은 그냥 애써 무시하십시오.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조직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월급에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갈등과 해프닝을 견디며 현명하게 처신하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과 2)야 개인이 노력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업무와 얽힌 3), 4)는 참 어려운 이슈입니다.
일단 3)과 같이 A의 업무 스타일이 한층 더 가혹해지는 것은 이미 벌어진 이상, 그 윗사람이 정리해줘야 해결이 되는 문제입니다. 일단 맞춰주며 버티는 것이 현명한 처사죠.
또한 상반된 지시가 반복되는 이슈에 관해서는 본인의 의사를 솔직히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 공개된 자리에서는 하지 마시고 1:1 면담 자리에서 의견을 밝히십시오.
"상반된 지시가 계속 내려와서 힘들다. 두 분 모두 제 상급자이시니 어느 한 분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도 어렵다. 조직의 목표를 생각해본다면 일을 두 번, 세 번하게 만드는 이런 이슈가 적절한 것은 아닌 듯하다. 두 분이 합의해서 지시를 주신다면 성실하게 수행하겠다."
갈등 당사자인 A, B 모두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성향이 아니라면 그 위의 상사에게라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업무 지시가 정리된다면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A, B의 문제이지 실무자인 팀원들 탓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Bypass 해서 한쪽에게만 보고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논조로 명확하게 여러분의 생각을 밝혀야 합니다. 사실 상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고 어색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이것조차 안 한다면 해결 방법은 아예 없다고 봐야겠죠.
상사 간 갈등은 여러분이 유발하거나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주어지는 스트레스는 여러분이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핵심은 '입장을 명확히 한다', '솔직하게 말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사에게 그런 얘기 하기가 좀 그렇다, 혹은 원래 그런 이야기 나는 잘 못하는데..라는 생각에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면 결국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분위기는 점점 악화될 뿐입니다.
분명한 의사표현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즉, 여러분이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발을 빼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명확한 말로 갈등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 이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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