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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Nov 04. 2020

기업문화의 변화가 불러온 결과

어느새 사내 멘토가 사라졌다.  

요즘에는 업무로 인해 글로벌 기업 임원분들을 뵙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말씀들을 하십니다.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일하는 사람은 적다는 말씀이시죠. 


밀레니얼, 90년대 생, 워라밸 등등이 화두가 된 것이 불과 3~4년 전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시다시피 새로운 세대의 유입인데, 이렇게 사회적인 화두가 될 정도면 그 맥락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 특히 국내 대기업의 경우 10년 전부터 군대식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그 속에서 성장한 인력들이 최근 중간관리자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신입사원부터 중간관리자까지는 같은 조직문화 속에 있는 셈이지요. 

 

기업들이 상명하복의 기업문화를 바꾼 이유는 물론 구성원 각자의 창의성과 커리어를 존중하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자기 주도성을 가진 인재를 육성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측면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입사원과 중간관리자가 같은 문화적 배경을 지니게 된 요즘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바로 도제식 업무 전수 방식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디테일한 비즈니스 매너를 익히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경험한 사람의 가이드를 받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도제식 육성, 즉 전통적인 사수 - 부사수 관계는 이런 측면을 채워주기 알맞은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기업문화의 변화 속에서 사수 - 부사수 관계는 점점 해체되었습니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디테일하게 가르쳐야 할 의무가 사라졌습니다. 아랫사람 또한 굳이 하나하나 빨간펜 지도를 받으며 배워야 할 필요가 없어졌죠. 그러다보니 조직에서의 미묘한 업무 노하우 부분은 전달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밖에서는 멘토가 넘쳐났지만 정작 사내 멘토는 어느새 사라져버렸죠.  


몇년 전까지만 해도 팀장이 아랫사람을 하나하나 다 챙겼지만, 이제는 그런 부담이 임원급까지 전달되다보니 '사람은 많은데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것들 쯧쯧'이라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한 두가지의 단점은 있지만, 기업문화의 변화는 더욱 역동적인 취업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채 출신만 '우리 식구'로 생각하고 경력직은 뻐꾸기 취급했던 보수적인 기업들조차 이제는 경력직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규직이건 계약직이건 상관없이 실력을 갖춘 일잘러들을 조직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전문 역량이 필요한 부분은 외주나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몇년 전부터 신입공채가 감소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런 성향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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