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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y 16. 2019

조직문화 나쁘다고
회사 망하지 않는다.

조직 문화에 대한 단상

저도 이상적인 기업문화를 구현하는 회사가 잘나가길 바랍니다만,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게 아닌 것처럼 조직문화가 좋다고 기업이 성공하는게 아니고, 조직문화가 나쁘다고 기업이 실패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생각 역시 정답이 아닐테니 이야기를 나누는 시작점 정도면 좋겠네요. 


  



1. 기업은 각자의 장점으로 경쟁한다. 한 장점이 다른 단점을 압도할 정도면 그 장점만으로도 성장과 수익성이 나온다. 조직문화가 아무리 개판이어도 다른 경쟁력 요소가 충분히 강하다면 굴러갈 조직은 굴러간다. 


2.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어렵듯 이상적인 조직문화도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 흔히 우리가 미국 유명 기업들을 이상적인 조직처럼 이야기하지만, 거기도 거기 나름대로 다 문제가 있다. 


아마존은 직원들을 번아웃시키기로 유명한 조직이고 넷플릭스는 저성과자를 살벌하게 퇴출시키는 조직이다.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갑질로 이미 수십번 욕 먹었을 회사들이다. (노동시장의 법규도 다르고 유연성도 다르지 않냐라고 하기 시작할거면 이들 기업도 한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인데 왜 우리나라에 적용하려고 하느냐는 답변이…) 


3. 조직문화의 중요성은 평상시엔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다. 조직문화가 중요한 경우는 

(1) 인력의 퀄리티가 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산업일 때, 

(2) 모든 산업에서 조직의 위기 상황일 때 

(3) ROE를 획기적으로 높여야할 때다. 


4. 인력이 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만드는 산업들이 있다. 투자은행, 컨설팅,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초창기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유명한 기업 중 상당수는 대단히 공격적이고 냉혹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잘먹고 잘산다. 이 분야의 글로벌 강자들이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는 방법은 우리의 희망과는 다르게 소수에 주어지는 엄청난 인센티브와 살벌한 Winner takes it all 문화다. 


5. 조직문화의 힘은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직원의 역량이나 존중에 기반하지 않은 경쟁력 요소를 갖춘 회사는 이 경쟁력 요소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돌파해왔고,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 대기업 대부분의 조직 문화는 개판이다. 하지만 안 망한다. 


6. 오너의 미친 짓을 제어하는 힘을 가진 조직문화는 성공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미친 짓했다고 오너나 창업자를 몰아내고 난 다음에 망할 뻔한 사례도 무수히 많다. 오너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몰아냈다고 그 힘이 선이고, 선은 성공한다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말자는 뜻이다. 


7. ROE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기존의 해오던 방법이 아닌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하고, 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미친듯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는 기존 인력의 역량이 미친듯이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에 새로 들여오는 인력을 정말 잘 뽑아서, 정말 잘 써먹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게 경영진의 철학이고, 운영 능력이다.) 


이 경우 조직은 high performance 조직이 되어야 하고, 조직 문화는 고성과문화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성과문화는 가혹하다. 소규모 스타트업이라면 몰라도 기존 사업을 가진 대규모의 조직에서 고성과문화가 정착될 땐 알게 모르게 퇴출되는 인력이 넘쳐난다. 


8. 사람들이 ‘좋은’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모순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성과가 잘나고 승승장구해서 기회도 많아지고, 연봉도 높아지고, 보너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동시에 인간적이고, 개방적이고, 힘들어하는 직원도 잘 챙기고, 성과가 안나오는 직원들의 교육과 역량강화도 해주는 조직이면 좋겠다고 한다. 이런 조직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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