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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n 04. 2021

겉이 아닌 본질을 들여다보는 힘

성숙한 마음의 의미

생각이 매우 “겉”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고력의 부족과 성격 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징은 외부의 자극이나 환경의 변화, 타인의 의견 등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만을 보인다는 것이죠. 


지인이 ‘배고파’라고 말할 때 

진짜 배고파서 일 수도 있지만

그냥 심심한 것이거나

배가 아픈 것이거나

먹는 것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불만족이 있거나

불안이나 우울감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습관적인 행태일 수도 있습니다. 

말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가 말 뒤에 있을 수 있기에 그 말을 한 행위자의 특성과 상황 등을 종합해서 이해하는게 필요합니다. 맥락적 사고를 해야 진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논리적 분석적 사고가 안되는 사람은 맥락을 파악하는게 거의 불가능하죠. 왜냐면 겉에 보이는 “현상”과 그 뒤의 의미를 분리해 내고, 다시 그 의미를 여러 갈래로 분류해서 현 상황과 맞춰봐야 맥락을 알 수 있는데 지적 역량의 부족은 현상과 본질의 분리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외적인 현상이 아닌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의 경우입니다. 

감정은 말이나 행동, 물리적 현상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감정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 마음속이라는 추상적 공간을 헤매야하는데, 이건 지적 역량과 함께 자기 감정을 객관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서적인, 내적인 힘도 함께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괴로운 작업이고, 재미도 없죠. 


가령 내가 누군가에게 화가 날 경우

그가 진짜 내게 무례한 짓을 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내가 그의 행태에서 과거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발견했을 수도 있고 

(“저 놈 예전에 나 괴롭히던 일진이랑 머리가 똑같아”)

내가 가지고 있던 피해의식이 갑자기 발현된 것일수도 있고 (“니가 나를 무시해?” 같은 식)

이미 감정적으로 분노가 쌓이고 있던 중에 만만한 대상이 그 사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우리 대부분은 내가 화났다는 감정도 그 순간에 인지를 못하거나, 인지했다고 해도 남 탓, 환경 탓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자기합리화하면서 마무리짓죠. 


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주변인이고 도와줘야 할 경우 그의 지적 능력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면 그 사람이 그 표피적인 감정 (“화난다”) 에서 우선 빠져나오게 한 뒤에 그가 그 감정의 의미를 조금은 객관적이고, 한 발 깊게 들어가서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답입니다. 


아래 첨부된 기사를 보면 친절을 베푼 ‘아저씨’도 좋지만, 이 기사의 주인공인 ‘운전자’의 본질을 보는 힘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210604113001677?fbclid=IwAR3FGUEIIGuZpfVEQL057b0UiRjqpYy4M5bOWmbDUDAQUq6qvNXibdaaNqQ


이 운전자는 자동차 키의 문제가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어린 나이에 혼자서 가장이 되어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던 것이고, 누군가 성숙한 사람의 호의가 필요했던 것이죠. 

이 분은 자기가 그런 상황에 처해서 힘들었고, 그래서 도움을 청했는데 이에 도움을 받게 되면서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얻는 과정을 글로 적었습니다. 

자기 마음의 현상적 표출 (당황, 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 요청, 차로 돌아와 눈물) 에 집중한게 아니라 그 표출을 만들어낸 자기 마음속의 본질 (자기가 지쳐있고 누군가에게라도 잠시 기대고 싶었음)을 잘 읽어내고, 그를 통해 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적고 있습니다. 비록 자동차 키 배터리 교체하는 방법은 몰랐어도 이미 매우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분이신거죠. 


표면이나 현상 아래의 본질을 보는 힘은 이런 걸 말하고, 

이 과정이 쌓여야 우리의 세상을 보는 긍정적인 눈과 

자존감이 상처입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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