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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ep 06. 2021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어디에 써야 할까

기업 경영의 본질

나중에 투자받으면 어디에 쓰실 생각이세요?


제가 코칭하는 스타트업에 물어보면 제품 개발은 물론, 광고나 마케팅에 쓰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인건비를 해결하겠다는 분도 있죠. 모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 경영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다소 아쉬운 선택이기는 합니다. 


기업의 본질이라고 하면 대부분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업 경영이란 바로 '자산'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나 외부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경영의 본질을 제조나 판매로 보면 안 됩니다. 이런 시각은 투자금을 곧 '제품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보태는 돈'으로만 인식하게 합니다. 즉, [투자금 = 사업 비용 및 운전자금] 이라는 아주 단순한 관점에 매몰되는 것이지요.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돈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라는 것이 아니라 이 투자금으로 '자산'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 투자 대비 수익을 달라는 것입니다. 즉, 경영의 본질이란 자산을 활용해서 투자금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매출액 차이를 만드는 요인


로펌 김앤장의 변호사 수는 약 천 명이고 연간 매출액은 1조 1천억 원 수준입니다. 계산하면 인당 11억 원 정도를 버는 셈이죠.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의 로펌 조직, 그리고 거기 소속된 변호사 한 사람이 매일 밤새면서 버는 돈이 1년에 11억 원이라는 뜻입니다. 


반면에 SK 텔레콤은 통신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연간 18조 6천억 원을 벌고 있습니다. SKT 소속 인력이 약 5,200명이니 인당 33억 원을 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인력이 모인 조직의 인당 매출액은 11억 원인데 반해 자산을 활용하는 기업은 3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게임 업체들은 아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만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핀란드 회사 '슈퍼셀'같은 경우에는 인당 9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 김앤장의 브랜드 파워와 네트워크는 매우 훌륭한 자산입니다. 또한 인력만을 활용하는데도 11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리는 것도 엄청난 수준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산 활용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단순 나열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본질적인 힘은 결국 '자산을 어느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2. 기업 경영의 본질


물론 자산은 처음에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형성하기 위해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경영자에 따라서는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가치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자산을 아예 만들어내지 못하는 조직은 기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인건비와 기타 운영 경비에 의존해서 약간의 마진만 챙겨가는 자영업에 불과합니다. 


기업 경영이란 1) 초기 자산을 쌓고 2) 그 자산의 가치를 상품과 서비스에 녹여내 매출을 만들고 3) 매출에서 나오는 수익을 활용해 더 큰 자산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활동을 뜻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는 자산만으로 경영이 이뤄지며 각종 비용이나 운전자금이 Zero인 경우입니다. 자산의 완전한 자동적 회전으로 매출과 수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니까요. 같은 맥락으로 요즘 기업들이 온라인화에 목숨을 걸고 로봇과 AI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간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비용과 운전자금이라는 일회성 소모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며 영업이익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본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3. 초기 스타트업이 집중해야 할 영역


경영의 본질에 관한 이런 정의는 초기 스타트업이 어떤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초기 기업일수록 자산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보다 넓은 고객층에게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자본의 집약체인 '자산'이 있어야 판매량이 늘어날 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마진율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판매량에 대한 한계치도 줄어들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오프라인 음식점에서 한 시간에 서빙할 수 있는 고객 수는 수백 명이 되기 어렵지만, 라면 생산라인은 한 시간에 3만 6천 개 이상을 단숨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만으로 구성된 게임은 초당 100만 명 이상의 유저를 핸들링할 수 있죠. 음식점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을 고객들로부터 충당하려면 음식 가격이 상승해서 고객을 늘리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 수백억 원이 들어도 100만 명이 동시에 접속만 한다면 개발비는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자본금을 1회성 비용이나 운전자금이 아니라 '자산화'에 투입해야 합니다. 기계나 설비 같은 하드웨어도 자산입니다. 특허나 저작권, 그리고 소프트웨어 관련 IP도 자산입니다. 또한 브랜드 파워와 네트워크도 소중한 자산이죠. 그리고 자산화를 위해 투자금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전자에서 후자로 갈수록 리스크가 커집니다. 게임이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그저 코드 몇 줄에 불과하니까요. 브랜드나 네트워크 또한 마찬가지죠.)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금이 비판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지원금으로 자꾸 인건비나 마케팅 비용같이 일회성 비용만 소모하도록 만들어서 자산을 갖춘 기업이 되기보다는 자영업 수준에 머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수주업이나 용역업 등 소위 '인건비 장사'에 쉽사리 투자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산업들에서는 자산을 활용해서 매출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패스파인더넷은 기업 성장 전략 전문 Advis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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