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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ep 08. 2021

초창기 카카오톡을 성장시킨 핵심 요소

경영 자산의 진짜 의미와 적용

기업 경영의 본질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 활용이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축적될 수 있는 '자산'을 빌드업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전 글 보러가기)


회계적 개념에서의 자산이란 경영에 활용되는 자본의 축적물에 불과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가상각을 통해 매년 그 가치가 줄어들게 되죠. 하지만 경영에서의 자산은 이보다 더욱 넓은 개념을 의미합니다. 


명확한 수치로 치환할 수는 없지만 기업 성과에 분명히 영향을 주는 자산이 있습니다. 브랜드나 네트워크가 바로 그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자산도 있습니다. 생산성에 영향을 끼치는 기업문화, 노하우, 기술적 깊이나 산업 내 위상, 기존 거래처와의 신뢰 등이 바로 그것이죠. 


다만 이 모든 것을 퉁쳐서 자산(Asset)이라고 하면 회계적 개념과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영학에서는 '자원(Resource)'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예전 '인사부'가 HR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죠. 노예제도가 유지되고 있지 않은 이상은 사람이 회계상의 자산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사람은 기업 경영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인적 자원'으로 칭하게 된 것입니다. 말 그대로 Human Resource인 것이죠. 


경영학 개론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용어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한 가지 오해를 풀기 위해서입니다. 



1. 카톡과 배민 성공의 기반이 된 요소


처음 카카오톡이 등장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사람들이 카톡을 썼던 가장 큰 이유는 '문자가 공짜'라는 점이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휴대폰 문자는 공짜가 아니었고 혹시라도 내용이 길어지면 추가 요금이 붙었죠. 그래서 공짜 문자를 제공하는 카카오톡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한동안은 유일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리고 이 '한동안'이라는 시간이 카카오에게는 하나의 자원이었고, 'Install Base'라는 다음 자원을 확보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죠. 그다음은 그냥 스노우볼 굴리기였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처음 나왔을 때를 살펴봅시다. 배민 앱에 나오는 몇몇 음식점에서는 메뉴를 고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메뉴 사진만 덩그러니 있었고 결국 배민을 통해서 음식점과 직접 통화를 해야 했죠. 


그야말로 온라인 전화번호부였던 셈입니다. 우편함에 들어있는 동네 상점 소개 책자를 뒤진다거나 굳이 지난번 그 중국집 번호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습니다. 참, 음식점 번호를 굳이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전화 걸기 버튼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소소한 장점들이 지금의 배민을 만들었습니다. 


자원은 바로 이런 겁니다. 복잡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지금 불편해하는 것, 관심 있는 그 딱 한 가지를 해결해내는 그 무엇. 심지어 오래 지속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자원을 통해 불과 몇 달만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면 사업은 굴러가고 스노우볼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자산에 대한 오해


그럼 이제 자산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스타트업들을 코칭하면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뾰족해야 한다", "자산 빌드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좋은 설비를 갖추거나 R&D에 집중한다거나, 혹은 더 멋진 브랜드 로고를 만들고 UI를 바꾸는 등의 활동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저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도구면 됩니다. 남들과 크게 다를 필요도 없고 월등히 뛰어날 필요도 없습니다. 기업의 경영 자원은 스노우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눈덩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눈덩이를 굴릴 수 있는 언덕도 있어야 합니다. 이 언덕을 바로 '시장'이라고 부르죠. IR에서 시장 규모를 중요한 요소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말은 즉 언덕이 보잘것없다는 뜻이고 여기서 눈덩이를 굴려봤자 자원은 그냥 녹아 없어질 뿐이니까요.)


그렇지만 고객이 어디가 가려운지는 우리가 알 수 없으니 자꾸 여기저기 긁어보고 여기인지 저기인지 물어보며 정확한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어려운 말로 'MVP*로 PMF**를 찾는다'라고 하죠. 


*MVP(Minimum Viable Product) : 검증이 필요한 기능만 갖춘 시제품.

**PMF(Product Market Fit) : 제품이 시장에 부합하는 상태. 



3. 기업을 보는 시각에의 활용


그리고 이런 시각은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력, 기업문화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 다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ㄴ사를 보면 어떻게 21세기에 저런 회사가 있나 싶습니다. 무슨 탈레반이 경영하는 회사도 아니고 내부 분위기도 개판일 텐데 그래도 회사는 굴러갑니다. 굳이 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를 이따위로 운영하는데 안 망하는 게 신기하다'는 케이스는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게 모든 자원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자원만 확보되면 그걸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 자원이 강력하다면 다른 요소에서 문제가 생겨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가령 비도덕적인 방법은 물론이요, 탈법과 불법의 경계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직원과 거래처를 강압적으로 쥐어짜는 회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런 회사는 어떻게 안 망하는 걸까요?


가장 확실한 것은 그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자원 중에 조직문화나 직원의 자발성 같은 요소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군대가 조직문화가 좋아서 유지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대신 이런 기업일수록 생산설비 등 고정자산이 잘 갖춰져 있고, 영업망 등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해온 회사라면 조직 분위기 개판이라도 잘 굴러갑니다. 


물론 조직문화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쟁을 위한 자원으로서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활용한 적 없는 기업이라면 기업문화가 나빠져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강압적으로라도 일을 시켜서 성과를 만드는 방식은 분명 잘못된 것이긴 합니다만, 불법이 아닌 이상 일종의 '경영 자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누가 이런 회사에 입사해서 버티겠는가 싶지만 그 속에서도 적응하는 인간은 있기 마련이기에 조직과 비즈니스가 유지되죠. 


그리고 이 회사에 적당한 가격 경쟁력과 강력한 영업망이 갖춰진다면 판매는 계속되기 마련입니다. 최근에 ESG가 트렌드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시장의 메인 스트림은 기업의 도덕성을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죠. (As-is에 대한 설명일 뿐, ESG나 소비자 운동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인성이 바닥인 보스가 지배하는 기업도 기술이나 제품 제조 능력, 서비스 운영 능력이 있거나 혹은 경영자에게 인사이트가 충분하다면 역시 승승장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욱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경영에서는 도덕성이 쉬운 문제가 아니니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경영 자원이란 짧은 순간 경쟁사보다 약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가 자원이 될 수 있죠. 반대로 아무리 큰돈을 들였다고 해도 경쟁사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면 그건 자원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기초를 다진 것, 또는 극단적으로는 돈 낭비에 불과합니다.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너무 단촐하게 만들면 안 팔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 기능, 저 기능 모두 붙이고 싶어 하는데 이 또한 돈 낭비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Time to market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약간의 우위'라고 해도 그것을 실현하는 자원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100 정도가 가려운 고객에게 99짜리 제품은 썩 만족스럽지 않죠. 호기심에 한두 번 써보고는 더 찾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한 기능뿐이더라도 그것이 고객을 긁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105점짜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99를 105로 만드는 과정이 가장 괴로운 것이며 또 해당 스타트업의 종합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을 참고 돌파한 뒤 나오는 경영 요소는 곧 자원이 되어 기업을 성장으로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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