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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19. 2023

예능으로 보는 스타트업 창업 3.
비전과 미션의 체화

- 비전과 미션, 그리고 직원들과의 공유 : 장사천재가 아니고 한식천재였다면?

나폴리에서 한식을 판매하고 있는 '장사천재 백종원' 예능을 보다보면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그 전까지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향하던 '한식을 알리자'라는 취지보다는 '낯선 곳에서 장사를 이렇게 시작하는거다'는 것을 취지로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작진은 그래도 식당 등을 미리 준비해두었지만 그곳에서의 운영은 철저하게 현지 상황에 맞춘, 임기응변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에 백종원씨에게 가는 장소도 공항에 오기 전까지알려주지 않는 컨셉이니. 

이 지점을 드러내는 것은 이런 컨셉뿐 아니라, 제목 자체도 '장사천재'이고, 장사 시작 다음날 아침부터 전날 매출이 얼마였고 주변 식당들은 얼마나 팔았는지를 비교하는 것에 명확히 보인다. 이 프로그램이 회사라면 비전이나 미션이 '많이 팔아라' 인 것이다. 물론 한국인이 하는 프로그램에 백종원씨가주인공이니 '한식'에 어느 정도의 방점을 찍지만, 가장 큰 무게 중심은 장사 자체라는 뜻이다. 

백종원씨의 운영상의 선택들은 이런 비전을 매우 충실하게 실행한다. 한식을 취급하는 파일럿 식당으로서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이지만, 가령 칼국수의 경우 파스타 생면을 사용해서 만들고, 떡볶이는 뇨끼를 사용해 '한식'에 대한 강조보다는 '현지인들이 쉽고 빠르게 한식을 배우면서 회전율도 나오는' 것을 더 선호함을 보여준다. 한국식 다방 커피를 유럽의 커피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며 메뉴에 추가하지만 이 커피 때문에 식당내고객 회전율이 떨어지자 주저없이 메뉴에서 삭제하는 모습도 이 목표를 충실히 실천하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한식천재 백종원'이었다면 아마도 백종원씨는 고객을 적게 받고, 회전이 느려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식의 재료들도 한국에서 공수해갔을가능성이 크고, 현장에서도 최대한 한식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을 것이며, 좀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식을 만들려는 모습을 보였을것이다. 매출을 희생해서라도 한식 홍보 자체에 좀 더 방점을 찍었을 것인데, 그게 '한식천재'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좀 더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제목에 대한 토론을 하려는 것이 아닌데 이걸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 방식이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직원들과 가장 적절하게 공유하는방식이기 때문이다. 

보통 경험이 적은 젊은 창업자는 미션과 비전도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기업 운영해보면 알겠지만, 직원들은 당장 자기의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지 미션과 비전을 생각하라고 그 조직에 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걸 생각해내라고 요구할 것이면 창업팀 멤버로 받아들여서 지분을 더 주던지 최소한 스톡옵션은 줘야 한다. 그리고 조직을 만든 사람이 결국 탑다운으로 조직의 방향성을 세팅해야 일이 책임감있고 체계적으로 굴러간다. 수평조직 등의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미션과 비전을 함께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아닌 한 미션과 비전은 본질적으로 탑다운이어야 한다. 조직내 다른 의견들은 서로 오픈되고 수평적이어야 하지만, 조직의 근본적 목표는 결국그 조직을 만든 사람이 제시해야 한다. 

반면 경험이 많은 창업자들의 경우 미션과 비전을 정하기는 하는데, 그걸 직원들에게 공유시켜 공감대를 만들고, 그 미션과 비전을 위해 원팀이 되도록하는데 애를 먹는다. 보통 대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거창한 미션과 비전 만든 다음에 회사 복도에 플래카드로 걸고, 자리에도 미션과 비전을 적어놓고, 일주일에 한번씩 이메일로도 보내고, 하다못해 회사 이메일의 시그니처 블록에도 이걸 적어넣게 하는 식으로 '노출'을 많이 시켜서 직원들이 이에 공감하고 동의하고 받아안아서 실천하는 걸 꿈꾸겠지만, 이런 식으로 백날 해도 직원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학생보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봐야 공부하는 학생몇 명 되지 않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제작진의 '장사실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받은 백종원씨는 이 목표를 표어로 붙여놓거나 직원들에게 반복해서 외치게 하거나,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지않는다. (제작진은 기업으로 치면 주총이나 이사회의 역할로 보이고, 백종원씨의 역할은 경영진이 된다.) 
대신 백종원씨는 음식을 일일이 직원이 가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도록 동영상을 만들어 먹는 법을 보여주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가게 앞에 적어놓게 하며, 맛있다는 평이 나온 한국식 다방 커피도 회전율에 도움이 안된다며 과감하게 빼버리는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가게의 매출이 중요하다는 것을알린다. 또 직원들에게 홀 서빙과 설겆이 및 재료 준비 과정에서 시간과 동선을 줄이는 방법을 계속 알려줌으로써 효율성을 높여 매출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설명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한식으로서의 정체성까지 팽개치면서 매출만 외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이런 작고 사소할 수 있으며, 일상적인 모습들과 작은 의사 결정들에서 '목표에 맞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직원들에게 목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그리고 그 목표에 맞게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John Kotter 교수의 'What effective general managers really do' 라는 HBR 기고글을 보면 대표자의 작고, 사소하며, 일상적인 행동과 말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하며, 이것들을 통해 직원들이 무엇을 배우고, 깨닫고, 행동을 바꾸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스타트업이건 대기업이건 결국 조직이 가는 최종적인 방향은 최종 책임자가 결정해야 한다. 수평적이고 열린 조직이란 이 미션과 비전에 대해 직원들에게'너희들이 의견 내봐' 라고 해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탑다운으로 정하되, 그것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체화하는 방법에 대해 열려있는 것을 의미한다. '장사천재'에서 홀 회전율이 다방커피 때문에 낮아지는 것을 발견한 것은 홀 서빙을 하는 존박이 발견한 것이고, 그가 커피를 빼자는 의견을 낼 때 백종원씨가이를 흔쾌히 동의하는 모습이 '수평조직'인 것이다. 윗사람이 책임질 일을 직원에게 떠넘기는게 수평조직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비전과 미션에 대해서는 표어로 붙여놓고 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작은 의사 결정 하나, 말 하나, 행동 한번에서 이 목표에부합되는 것들이 반복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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