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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20. 2023

예능으로 보는 스타트업 창업 4.
인재의 채용과 활용

예능으로 배우는 스타트업 경영, 네번째

- 존박을 스타트업이 채용할 수 있는가?

시카고에서 살았고, 명문대를 나온 존박은 매우 달콤한 목소리의 매력적인 가수지만, 어정쩡하게 성공한 젊은 솔로가수가 걷는 길, 즉 예능에서 주로 소비가 되어왔다. 냉면을 좋아하고 약간은 덜떨어진 혹은 명석한 것 같은데 나사가 약간 풀린 역할을 주로 수행했었고, 재치있고 똑똑하기는 하지만 한국식 문화와는 미묘하게 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고,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어서 예능에서도 써먹을 구석은 많지만 약간은 아쉬운 포지션 같은 역할을 했었다. (생각컨데 만약 존박이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왔다면 주로 성시경같은 포지션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그저 영어 잘하고 머리 좋은데 약간 허당인 애 정도로 존박을 인식하다가 확 바뀐 계기는 이연복 쉐프와 함께 미국에 가서 푸드트럭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미국에서 푸드트럭을 하는 존박의 홀 서빙 능력은 탁월함 그 자체였다. 일단 그가 음식점에서의 일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를 가졌겠지만, 특히 주목한 것은 그의 trouble shooting, 개선 방안 의견 제시, 그리고 공급자이지만 결코 주눅들거나 비굴해지지 않는 태도. 

우선 트러블 슈팅. 음식점은 줄이 갑자기 길어지거나, 노점인데 소나기가 내리거나, 음식 재료가 떨어지거나, 고객이 음식에 복잡한 요구를 하거나, 맛이 없다거나, 포장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포장해 달라고 하는 이 모든 순간이 문제 상황이다. 하수들은 이럴 때 어쩔 줄을 몰라해서 어버버하다가 문제를 키우거나 결국 가게 사장이 나타나서야 문제가 해결되게 한다. 중수는 이 상황을 주로 isolation 시켜서 문제가 더 커지지 않는 형태의 해결을 한다. 음식 재료가 떨어질 것 같으면 '재료가 없어서 주문 불가합니다' 라고 대응하고, 고객이 복잡한 요구 사항을 주문하면 '죄송하지만 저희가 그것은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라고 한다. 문제가 더 커지지는 않지만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상수는 이런 상황이 되면 고객을 다른 제품으로 관심을 유도하던지, 다시 방문할 이유를 제공해주던지, 아니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서 주변에 입소문을 낼 계기를 만든다. 
존박은 이런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는 재료가 있는 메뉴나 음료를 제안한다. 이것도 어거지로 하는 태도가 아니라 마치 준비했었던 사람인 것처럼 아주 부드럽게 제안으로 넘긴다. 순발력이 엄청나던지 아니면 상황을 계속 살펴보면서 '슬슬 다른 메뉴 제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 상황에 앞서 했다는 의미이다. 단지 닥친 일만 하지 않고, 상황 전체를 보고 그 다음의 대응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막두는 하수 바둑과 다음 수를 보는 상수 바둑의 차이라고 할까. 음식이 부족하게 나갔을 때는 정량보다 더 많은 양을 가져다주며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고, 메뉴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이며 긴 설명을 하지는 않지만 아주 가볍게 '나라면 이걸 고르겠다'는 식으로 의견 개진을 통한 영업을 한다. 소위 말하는 'up sell'과 'cross sell'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의 본연의 업무라고 할 대 고객 업무 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존박은 강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문제 제기를 통해 경영자가 개선점을 찾아내도록 돕는다. 푸드트럭의 주문된 오더지의 배치를 바꾸거나, 나폴리의 식당에서 다방 커피를 빼도록 하는 것들을 보면 크게 강하게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경영자가 관련된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옆에서 가볍게 제시해서 솔루션을 함께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폴리에서 백종원씨가 '음식 설명을 문 앞에 붙여놓자'는 지시를 한 후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화면에 나오지 않지만 다음 날 아침 존 박은 문앞에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스탠드'에 적어놓는다. 아마도 문앞에 붙여 놓으면 사람이 너무 몰리고 순번을 적기 위해 그렇찮아도 사람이 몰리는 구조의 입구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스탠드에 적고 입구 동선을 방해하지 않지만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올 위치에 배치한 것일게다. 이렇게 문앞에서 스탠드로 음식 정보의 배치 위치를 바꾸는 의견을 누가 냈을지는 몰라도 음식점 입구에서 고객을 가장 많이 상대하는 역할을 존박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확실히 존박이 개선 방안은 낸 것일거다. 상사의 지시라고 해도 1부터 100까지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그 지시의 취지일 것이고, 그 취지를 더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실무자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고, 존박은 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 

그리고 특정 장면만을 꼽기보다 고객 대응 과정 전반에서 확실히 보이는 점은 존박의 '자존감'이다. 그는 고객에게 매우 친절하지만, 과잉해서 친절하지도 않고, 과잉해서 설명하지도 않지만 절대로 낮춰 말하지도 않는다. 짧고 간결하게 대응하지만 그렇게 설명했을 때 고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충분히 예상한 사람처럼 대응하고, 그 결과가 조금 실망스럽더라도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서빙하고 음식을 파는 일이지만 당당한 것이다. 가진게 많은 사람이고, 예능으로 하는 식당이지 진짜 식당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존박의 대응은 진짜 좋은 집안에서 가정 교육 잘 받은 사람이 가지는 '자기 삶과 일에 대해 당당한' 모습이 계속해서 묻어난다. 꼬이지 않고 자기 일에 대해 성실한 사람이 가지는 보기 좋은 태도. 

존박 찬양 포스팅은 아니니 이제 본문의 원래 질문을 이야기해보자. 과연 스타트업에서 이 정도의 능력자를 구할 방법은 뭘까? 
(우선 내가 백종원씨라면 존박 노래가 더 이상 잘 안팔릴 때가 오면 슬쩍 가서 '너 나랑 일할래?' 라고 할 것 같다. 존박은 안하고 싶어할 것 같기는 하지만 ㅋ) 

통상적인 채용 방식으로도 스타트업에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거의 못구할 것 같다. 통상적인 채용에서는 '스펙'이 그 사람이 가진 '전부'인 사람들만 주로 구해질 것이고, 스펙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찾기도 어렵고, 지원을 해도 내가 그 사람을 알아보기도 어렵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학벌은 고졸이지만 매우 영민한 사람으로 나온다. 이런 친구를 일반 회사에서 채용할 일은 아마 눈씻고 찾아봐도 없을거다. 

수많은 채용 실패의 반복을 해야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추천'과 '경험'이다. 주로 테크 스타트업에서 많이 보이지만, 개발진이나 상품기획자 등의 경우엔'한 학교' 출신이거나 '관련 동아리 친구'들이 모여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처음의 한명이 어렵지만, 일단 구해지면 고구마 줄기 캐는 것과 비슷하게 모아낼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이 처음의 한명을 찾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공지를 띄우는게 아니라 대표자가 매우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 고객사에서라도 맘에 드는 직원이 있으면 공들여서 바람넣고, 대학교 동아리라도 연을 만들어서 찾아가보고, 아는 교수님 추천 받아보고 등등의 과정을 거쳐서 이 처음의 한명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사업만 눈뭉치로 눈사람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채용에서도 똑같기 때문이다. 당장의 매출을 위해 사람을 여러 명 고용하는게 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채용 패턴은 어디까지나 자영업을 위한 것이다. 정말 부분적인 일만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니까. 스타트업을 하겠다면 이 처음의 한 사람을 찾는 노력을 길게는 1년 이상 할 각오를 하고 사업을 출발시켜야 한다. 당연히 이런 사람을 찾게 되면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오자마자 '몰입'할 수 있는 업무적 도전과 그에 따른 지원을 줄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하고. 

그리고 만약 1년 이상 노력했는데도 찾아지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그 사업 모델 자체가 매력이 없던지 아니면 그 대표자가 그 정도의 인력을 데리고 일할 능력이 안된다는 뜻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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