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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25. 2023

예능으로 보는 스타트업 창업 7.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

시장의 선택과 비즈니스 모델의 상관관계 

대부분의 K푸드 예능은 요리 전문가가 중심에 있기는 했지만, 사업의 극초기에 가장 중요한 선택지, 즉 어디에서 장사를 시작할 것인가를 결정해 놓은 상태에서 시작을 했다. 이연복 쉐프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아무리 이동이 자유로운 푸드트럭이라고 해도 현지 법이나 촬영 조건 등을 따지다보면 결국 정해진 곳에서 하게 되고, 출연진들이 보여주는 것은 이렇게 새로운 조건에 맞춰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국내와는 모든 조건이 다를 해외에서 찍는 예능이니 당연한 일이다. 

장사천재 예능에서는 여기서 약간 더 진일보된 모습을 보인다. 일단 나라나 도시는 결정되어 있지고, 잠재적 장사 후보 장소도 비교적 결정된 모습이지만, 그래도 몇 가지 선택지를 준다. 

나폴리 편에서 보면 백종원씨는 관광객 중심에서, 유명한 전통 음식 맛집 옆 자리는 비슷한 메뉴가 아니라 전혀 다른 한식을 파는 입장에 불리할 것이라 선택하지 않으며, 다른 후보지의 경우엔 외진 곳으로 너무 특정 시기에 제한된 트래픽만 올 수 있는 곳이라 선택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현지인들의 생활 및 사무 공간이 밀집되어 재방문율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한다. 

한국 식당이 없는, 즉 한식에 대한 노출도가 낮은 시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한식을 가지고 불과 일주일 정도 장사를 해야 하는데 연 매출 5억원 정도가 가능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 (대략 하루 매출액이 백오십~이백만원 정도는 나와야 5억원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재방문 고객 확보 및 입소문이 가능한 정도의 고객간 상호 작용이 가능한 곳이어야 했을거다. (ex. 직장인들간에 '저기 맛있다던데 어때?') 메뉴 및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없었던 셈. 뒤집어 생각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정해진 상황에서는 이에 맞는 시장의 매력도가 판단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비즈니스 모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즉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식당을 하기는 할건데, 어떤 타겟고객으로 할거지, 무슨 메뉴를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백사장이 선택한 시장이 최고의 시장일까?

만약 내가 하려는 메뉴가 핫도그나 떡볶이, 호떡 등의 관광객 대상 상품이고, 본격 식사보다는 식사 후 디저트에 가까운 제품을 주력으로 팔 생각이라면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된 관광객 중심 상권이 제격일 것이다. 관광객이 많으니 매장 앞에서 이들을 호객할 방법의 고민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고, 몰리는 시간과 몰리지 않는 시간대의 트래픽 차이가 매우 클 것이라 트래픽이 몰리는 시간의 회전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유명한 현지 식당 옆이니 여기서 흘러나오는 고객들을 호객할 방법도 고민이 필요할 것. 아마도 이 식당 주인과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한 뒤에 코끼리 베이글이 근처 코스트코에 들어가려고 차로 긴 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시식을 하면서 자기들을 알려나갔던 것과 유사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거다. 

반대로 여름 한철 장사를 하겠다고 하고, 가볍게 마시는 음료나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음료를 팔겠다, 혹은 매우 신경써서 오랜 시간에 걸쳐 먹는 제대로 된 식사를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하면 외진 장소를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 트래픽을 대상으로 짧은 시기 판매하던지 아니면 장소에 상관없이 음식점 자체가 'destination'이 되게 하도록 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너무 트래픽이 많은 곳보다는 주차가 편하고 그 목적만을 위해 오는 시장이 더 적절할 수 있는 것. (미슐렝의 기준이 괜히 만들어진게 아님.) 혹은 예전에 신서유기 강식당처럼 사람들이 메뉴 이외에도 그 식당을 찾아올 이유가 있다고 해도 역시 오히려 외진 곳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에는 더 좋은 시장이다. 

이상에서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최고의 시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려면 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기술, 경쟁력 요소 등과의 상호 작용의 범위내에서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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