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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ug 26. 2023

예능으로 보는 스타트업 창업. 8 Capa와 고객 대응


우아하게 손님을 쫓아내는 방법 

장사천재 백종원에서 나폴리 영업을 보면 주변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게 된다. 문제는 이 식당에 좌석수가 얼마 안되다보니 회전수가 안나오면 매출을 늘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는 식당들이 점심에 2회전 이상을 하고 싶어 한다. 보통은 11시에 오픈해서 1시까지 최대한 2회전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들이 급해서 비교적 빠르게 먹고 나가는 편이기는 하다. 

장사천재에서 회전수가 문제가 된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우리보다 식당에서 좀 더 이야기를 많이 하는 문화라는 점도 있고, 더불어 백종원이 한국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준비한 한국식 커피를 사람들이 다 시켜먹다보니 식사가 끝나고도 15분 이상 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깨닫고 다음 날부터 커피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는 했지만, 당장 문제가 된 그날 고객들에게 나가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도 이런 눈치를 받고 기분좋아하지 않으니까. 

양평에 가면 아주 큰 삼겹살과 오리구이를 파는 가게가 있다. 이곳은 원체 사람이 많이 와서 점심 시간에 보고 있으면 테이블이 3회전(!) 이상을 한다. 이들이 회전율을 올리기 위해 고기를 초벌구이 해서 제공하지만 외곽에 가족들끼리 놀러 나왔는데 회사 앞에서 점심 먹듯 빨리 일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게다. 

그래서 이 식당은 한강쪽을 볼 수 있는 야외 산책로 정비도 했고, 저렴하게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도 식당 옆에 배치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고객이 테이블을 떠나도록 만든 가장 저렴하면서도 우아한 방법은 산책로 입구에서 '뻥튀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뻥튀기가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식탁에서 배만 약간 차면 바로 뻥튀기를 먹으러 가고 싶어 한다. (단순히 뻥튀기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실제 뻥튀기 기계를 돌려서 '뻥이요!'를 계속해서 외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하동관처럼 손님들을 식당 안에까지 줄을 세워서 앉아서 먹고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는 식당도 있지만, 그건 정말 하동관이니까 가능한 짓이고,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회전율을 위해 고객이 빨리 먹고 일어나게 만들어야 하지만, 전제 조건은 기분 나쁘지 않고, 자발적으로 떠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가게에 뻥튀기 기계를 가져다 놓을 수는 없겠지만, 내부 운영을 잘 살펴보다보면 고객에게 여전히 인간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우아하게 자리에서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식당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같지만, 어느 사업이나 capa 라는게 존재하고, 이 capa 한계를 단순히 '지금은 안되는데요?' 라고 반응하는데만 쓸 것이 아니라, 고객이 내 제품과 서비스를 더 원하게 만들거나, 혹은 더 빨리 소비해서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어하도록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창업자가 얼마나 자기 사업에 대해 깊게 고민하느냐에 따라 이런 넛지는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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