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Aug 31. 2023

스타트업의 매출과 비용에 대한 시각

 

    돈이 남는 시장이라면 투자자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구하기 어렵다.(=이자율이 낮아서)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이 급격하게 남는 투자를 추구한다. 그럴려면 그 투자 대상의 가격은 지금은 싸고 미래엔 급격히 상승해야 한다.  


    그래서 매출이나 이익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바로 기업 가치 계산이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사용자 수나 방문자 수, 시장 형성 역량 등 기업 가치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어 기업가치가 저렴한 기업을 골라 미래에 그 숫자들이 매출과 수익으로, 시장 독점력으로 바뀔 가능성에 투자를 한다. 이게 벤처 투자의 본질.  


    하지만 이자율이 올라가서 돈의 값어치, 특히 단기의 자금 조달 부담이 올라가면 이렇게 모험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투자를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당연히 당장의 매출 가능성과 수익화 가능성에 더 집중을 하고, 이런 전통적인 경영 지표에 치중할수록 기업 가치는 내려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매출과 비용에 대해 통상적으로 창업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전제는 기업은 “수익을 벌어서 주주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라는 것, 즉 ROE 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점이다.  


    기업체에서, 특히 최근의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만 보자면 ‘매출’이 절대 선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매출도 필요 없고, 수익을 내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매년 성장하는 수익을.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최고의 기업은 아예 매출 없이 수익만 나오는 기업, 가령 특허 괴물 같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정관상 특허 소송으로 들어오는 금액은 아마도 매출로 잡히지 않고 잡이익으로 나올거다. 매출은 없고 수익만 나오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실제로는 소송 등을 위한 수많은 비용이 나갈거라 인기가 매우 높기 힘들다)  


    미래의 매출에 대해 전망할 수 있는 프록시가 ‘사용자 수’ 또는 ‘다운로드 수’라면, 미래의 수익에 대해 전망할 수 있는 프록시가 매출이다. 그럼 왜 매출과 수익이 등가가 아닌가 하면, 매출은 그 매출을 만들기 위해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형태로든 돈을 투입하지 않고 매출을 올릴 방법은 없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비용이 적게 투입되고 많은 매출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과 매출의 관계에서 ‘매출을 xxx원만큼 하려면 비용이 yyy원 들어간다’는 식으로 이해하다보면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비용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고를 하게 된다. “야, 그 정도 매출이라면 얼만큼의 비용은 피할 수 없어”의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하게 되면 그 즉시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표준, 즉 시장의 표준적인 업의 본질 또는 시장 표준의 비즈니스 모델을 내 사업에도 적용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남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하되 최대한 운영을 잘해서 비용을 1%라도 줄이는게 중요해진다. 왜냐면 남들과 똑같은 식으로 할 때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용을 절감해서 그만큼 품질을 높이는데 쓰던지 아니면 낮아진 비용만큼 가격을 줄여야 하니까. 이건 우리가 잘 알고, 흔히 비판하는 '농업적 근면성 사업'이 된다. 스타트업이 혁신을 추구하지 못하고 그냥 one of them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용을 yyy원 썼을 때 매출은 과연 얼마나 나와야 하는가?’ 라는 시각으로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 만약 내가 들어가는 업의 표준상 인건비가 전체 매출의 평균 30%라면 나도 30%는 쓰게 되겠다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이 사업에서 인건비는 꼭 30%까지 써야할까? 혹시 15% 또는 10%로 낮출 방법은 없을까?” 라는 시각을 갖추게 되고, 이렇게 사고를 해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고민하기 시작할 수 있다.  


    기업의 투자자 시선에서 ROE 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매출이 아닌 수익이 중요하며, 수익이 나오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투자비 (=비용) 대비 매출이 남들보다 월등히 높은가, 만약 월등히 높지 않다면 어떻게 기존과 달리 하면 투자 자원의 회전율 (=항목별 단위 비용당 매출액) 을 높일 수 있는가라고 사고 해야 한다.  


    매출을 높이는게 중요하게 아니라,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회전율이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 ROE 가 올라간다. 수익의 프록시를 높이려고 하지 말고 비용이 남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단위 매출액을 가져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말이 그말 아닌가 싶겠지만, 이렇게 해야 '공급자 중심적 사고'에 빠지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투자 유치와 '내 사업'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