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의미
기업 경영의 본질을 자꾸 물건 만들어 팔고 돈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창업자들이 있는데, 자기돈으로 사업하는게 아닌 외부 투자금 유치를 하겠다고 하면 사업의 본질을 '상업' 또는 '제조, 판매'라고 보면 안된다. 이 시각은 투자금을 받는 이유를 '물건 만들어/사들여 팔기 위한 자금' 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즉, '투자금 = 사업 운영을 위한 비용 및 운전자금' 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외부 투자금이라는 목돈이 기업에 들어오는 이유는 그 투자금이 일회성의, 소모성의 운전자금 또는 운영자금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투자금을 활용해서 '자산'을 만들어내라고 주어진 것이다.
경영의 본질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서 투자금 대비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변호사 수는 약 천명, 연간 매출액은 1조1천억원 수준이다. 인당 11억 정도 버는 셈이다. 국내 최대의 로펌이고, 엄청난 네트웍과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밤샘을 미친듯이 하는 걸로 알려진 곳에서 인력을 이용해 최대로 버는 수준이 인당 연간 11억원인 셈.
통신네트웍이라는 기계 장치와 운영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돈을 버는 SK 텔레콤은 5520여명의 인력이 연간 18조6천억원, 인당 33억원을 번다.
사람을 갈아넣는데 있어서 최고 수준에 이른, 최고가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곳에서도 인당 매출액은 11억원인데 반해 기계 장치와 소프트웨어라는 '자산'을 활용한 기업은 인당 33억원의 매출이 가능해진다. 아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만으로 돈을 버는 게임 업체 중에서 슈퍼셀 같은 경우 연간 직원 1인당 9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본질적인 힘은 결국 '자산'에 대한 활용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의 차이다. (김앤장의 브랜드 파워 및 네트웍 등도 매우 훌륭한 자산이다. 때문에 인력만을 사용하는데도 연간 인당 11억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올린다. 다만 위에서는 비교를 위해 사용한 것)
자산은 처음 만들어내기가 어렵거나, 아주 큰 투자금이 필요하고, 경영자에 따라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결국 가치를 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산을 아예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은 애초 기업이 아니라 그냥 인건비와 기타 운영 경비에 의존해서 그 마진만을 조금씩 챙겨가는 자영업에 불과하다.
기업 경영은 초기 자산을 쌓고, 그 자산의 가치를 조금씩 상품과 서비스에 녹여내여 매출을 만들고, 이 매출에서 나오는 수익을 다시금 자산에 넣어서 더 큰 자산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기업은 자산만으로 이뤄지며, 비용이나 운전자금이 'zero'가 되는 것이다. 자산의 완전한 자동적 회전으로 매출과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니까. (기업이 로봇에 투자하고, AI에 투자하는 것, 온라인화를 자꾸 시도하는 것 등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용과 운전자금이라는 일회성 소모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 궁극적으로는 자기자본 수익률이 미친듯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 정의는 기업을 만드는 초기 창업 과정에서 경영자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를 잘 알려준다.
간단히 말해 초기 기업일수록 자산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보다 넓은 고객에게 보다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자본의 집약체인 '자산'이 있어야 판매량이 늘어날 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마진율이 늘어나게 되며, 판매량에 대한 한계치도 줄어들게 된다. (오프라인 음식점에서 한 시간에 서빙할 수 있는 고객은 아무리 커도 수백명이 되기 어렵지만, 라면 생산라인은 한시간에 3만6천개를 우습게 만들어낼 수 있고, 소프트웨어만으로 구성된 게임은 초당 100만명의 고객도 핸들링할 수 있다. 수백명의 고객에게 수십억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받아내려면 가격이 엄청 높아지게 되어 고객 늘리기가 어렵지만, 수백억원의 개발비도 백만명이 동시 접속하면 일이주일이면 모두 회수한다.)
스타트업은 자본금을 최대한 '1회성'의 비용이나 '운전자금'이 아닌 '자산화'에 투입해야 한다. 기계, 설비 같은 각종 하드웨어도 자산이고, 특허나 저작권, 각종 소프트웨어 관련 IP 등도 자산이며, 브랜드파워나 네트웍도 자산이다. (다만 전자에서 후자로 갈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게임이 터지면 게임이지만 안터지면 그냥 쓰레기같은 코드 몇 줄에 불과하다. 브랜드나 네트웍은 더 허상이기 쉽고) 이를 위해 투자금이 들어가야 하고, 초기 기업은 이에 집중하는게 정답이다.
정부 지원금이 욕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가 스타트업들에게 자산을 형성할 동기부여보다는 자꾸 인건비나 마케팅 등 일회성 비용을 쓸 기회만 제공해서 사업을 기업으로 만들지 못하고 자영업에 머물게 만들기 때문이고,
외부 투자자들이 '수주업'이나 '용역업' 등 소위 인건비 따먹는 장사에 투자를 안하려고 하는 이유도 결국 자산을 활용한 매출의 기하급수적 확대를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