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블루오션, 레드오션이라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객관적 상황에 따라 시장을 판단한다는 뜻이지만, 객관적으로 매력있는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블루오션,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정말 항상 성립하는 절대적 조건이라면 애초에 스타트업 사업도 말이 안되고, 신사업도 의미없고, 기업가 정신도 불필요하다. 객관적인 매력도가 절대적인데, 작은 가능성을 보고 덤벼들 이유가 없어지니까.
남여관계에서 이상형 또는 미남/미녀처럼 분명 말은 되는데 동시에 아무런 의미도 기준도 되지 못하는 말이 객관적인 시장 매력도다.
그럼 시장에서 뭘 보라는걸까?
스타트업의 극초기, 사업모델을 수립하고 있을 때는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왜 남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지 않았을까?' 이다.
자기 아이디어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강할수록 이에 대해 반드시 아주 정확하고 구체적인 답을 찾아놓을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진짜 괜찮은 사업기회인데 경쟁사가 별로 없어 보이네?' 라는 느낌은 사실은 '이미 모두 망했기 때문'인데 자기만 모르고 있는 경우다.
디즈니 최근 영화들 가지고 말들이 많은데,
영화 자체의 재미니 정치니 그런 건 그 분야 전문가들이 쓰면 될 일이고,
디즈니를 포함해서 미국 기업들의 특징이라고 이해되는 건 시장을 구분짓고, 특정 고객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확실한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초대규모기업이 되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자기의 타겟 고객을 정하고 그에 충실하려는 전략을 우리는 흔히 포지셔닝이라고 한다.
포지셔닝은 사실 위험한 전략이다. 내 팬이 생기는 대신 안티를 양산할 수도 있고, 내 타겟 고객들이 실상 돈을 안쓰는 경우 포지션을 바꿔야 하는데 한번 인식된 포지션이 쉽게 바뀌지 않으며, 시장에 혁신이 나오면 그대로 침몰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이유들로 매우 열성적인 팬클럽을 가지고, 전체 시장에서 가장 좋은 새그먼트에서 압도적 일등도 할 수 있고, 내가 시장의 주도권을 오랫동안놓지 않으며 혁신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분명한 정체성에 따라 그에 동의하는 직원들이 모여서 이들에게 비전과 기업문화를 내재화시키는 노력을최소로 하면서도 조직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들에게만 주로 요구하고, 대기업들은 이런 특성을 보이지 않으며 그냥 특성없이 판매량 많이 나오는 시장에서 두리뭉수리한위치를 점하려고 한다.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추구형, B2B 제조업이 택하는 전략. 안정감이 있지만 신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선두주자로 인식되기 매우어렵다. 미국애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초기부터 접근 가능 시장의 규모가 글로벌이기 때문이고, 미국의 산업발전 역사에 따른 진화경로가 그쪽이기 때문.
울 나라 기업들도 최적의 성과를 위해 노력한 산물이 지금의 어정쩡한 포지션 유지하기 전략일테지만, 좋던 싫던 자기 방향성 분명하고, “고객”보다 “덕후”를양산하는 국내 기업들을 보고 싶다.
여전히 만나는 스타트업들의 95%는 잡스가 표현한, "Let's sit down with the engineers and figure out what awesome technology we have and then how are we going to market that." 문제를 반복한다. 소위 말하는 '공급자적 시각'
아마도 이렇게 되는 근간에는 "사업은 내가 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만트라 때문일거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그 집중하는 일이 고객에게 의미가 있을 때만)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인데
자꾸 이 괄호 부분을 빼먹는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내가 남보다 못해도 고객이 정말 중요시하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 기업체는 승승장구할 수 있다. 해결을 한 업체에는 인재와 자금이 몰리기 마련이니까.
내가 뭘 해왔고, 뭘 잘하고,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판 다음에 고민해도 된다. 내가 가진 것에서 출발하지 말자. 만약 위의 만트라가 진리라면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것은 애초에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내가 가진게 뭐고 기술이 어떠한지는 고객은 아무 관심없다. 그저 자기 문제를 해결해줄 답을 찾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