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나 SaaS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어설프게 보고 들어갔다가 망가지는게 되는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고 하면 해당 스타트업들의 고객이 내 서비스로 넘어오는 것을 막는 '장애요인'에 대해 이해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주 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우리 서비스를 쓰면 인력 운영 효율이 50% 늘릴 수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인력 운영 효율 50% 정도의 혜택이라면 기존 10명 하던 일을 5명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니 얼마나 좋은 서비스인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고 고객을 만나러 가면 거의 100% 사업 진도가 안나간다. 많은 경우 정규직, 조직 문화, 인력들간의 관계, 노무 등의 이유로 이렇게 급격하게 인력을 줄일 수도 없으려니와 이들을 해당 업무에서 빼낸다고 해도 다른 일로 넘기는 과정도 험난하다. 또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업무를 효율화시키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조직원들이 충분히 학습한 다음에 가능할 것이기에 이 전환 과정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다. 더불어 자기 통제하에 있는 직원들의 수가 줄어든다는 뜻은 조직에서 자기 영향력이 축소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대기업의 SI 업체 입장이라면 이런 식의 SaaS나 플랫폼 서비스를 대기업이 도입하는 순간 자사의 매출이 큰 타격을 입어야 한다. 이런 장애 요인들을 '인력 운영 효율이 50% 올라갑니다'라는 말로 커버할 수 있을까?
효율좋은 공장 자동화 IOT 솔루션을 준비하는 업체에서 소형 업체를 만나보니 '그런 시스템 도입해도 관리할 역량있는 사람도 얼마 없고 그런 거 써서 복잡하게 하느니 그냥 관리 인력 한 두명 충원하는게 낫다'고 하고, 대형 업체를 만나보니 '우리는 고가의 외산 장비를 쓰는데 이미 그런 기능들 다 구현되는 것들이고 이를 사내 관리 시스템과 연계시켜놓아서 다른 업체 솔루션 도입하려면 너무 복잡하다'고 해서 결국 팔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강제로 해외 시장 찾아야 하는 입장에 놓인 곳이 있었다. 이 업체가 관련 기술을 사업화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공장들의 digital transformation' 하겠다며 관련 기술의 성숙을 지원할 예산과 R&D 과제를 발표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보고난 뒤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단순한 관련 기술의 미성숙이 이유가 아니었던 셈.
이런 장애요인을 묶어서 '거래비용'이라고 부른다.
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쁘거나 너무 비싸서 거래가 안되는 것이 아니라, 내 제품을 선택하는 순간 고객 입장에서 치뤄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가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즉, 고객이 나를 선택하면 내 제품과 서비스의 명시적 가격 이외에도 추가로 너무 많은 (간접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을 못하는 것. 이게 무료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어필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을 만들 땐 제품 그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거래 비용도 낮춰줘서 내 회사를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2010년대 초반 기저귀는 온라인 유통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마트에서 주로 팔렸던 제품이었다. 집에다 마구 쌓아놓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경우 당장 문제가 생기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엄마들이 한 박스 정도만 살 수 있으며 그 즉시 구매가 가능한 오프라인을 선호했던 것이다. 그리고 쿠팡은 기존에 3~5일 정도 걸리던 온라인 배송을 최대한 하루 이내로 줄이려고 하면서 기저귀 시장을 먹어치운다. 하루 정도의 배송 시간이라면 엄마들이 아가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기저귀를 사오는 어려움과 대비해볼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온라인으로 기저귀 사기'를 단순히 가격만 낮춘게 아니라 그에 따른 부수적인 거래비용, 즉 그 당시 온라인 구매의 배송 시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오프라인의 거래비용인 '직접 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부각시켜 이겨낸 것.
여기까지 고민과 준비가 이루어져야 플랫폼이든 SaaS 든 고객이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