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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Nov 13. 2023

MVP 의 개념과
대기업 신제품과의 차이

요 근래 우연찮게 그냥 스타트업들보다 대기업 임직원들 대상으로 스타트업 관련 교육을 더 많이 하다보니 새삼 느끼게 되는건데,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가장 어려운 개념이 MVP 다. 


MVP 에 대해 처음 이야기해주면 대략 POC 또는 시제품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하지만, 차츰 이야기를 더 해주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POC나 시제품이 아닌데, 근데 뭔지 모르겠네?' 같은 표정들이 된다. 



당연히 MVP 라는 단어를 못알아먹거나 제품을 통한 시장 검증과 고객발굴을 동시에 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고, 그보다 시장 조사나 엄밀한 상품 기획 과정을 체계적으로 퍼널링하지 않고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서 이 허접한 제품을 유상으로 고객에게 판매하고, 그렇게 판매하는데도 초기 고객이 생겨나고, 이들이 팬이 되어서 사업을 띄워내고, 만약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피봇팅해서 다시 제품부터 만든다는 개념이 대기업의 제품개발이나 신사업 프로세스와 너무 다르고, 불안정해 보이고, 고객들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도저히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의 신제품 혹은 신사업 진출 방식을 통상적으로 빅뱅 어프로치라고 한다. 모든 에너지를 모아 제대로 준비하고, 출시에 엄청 무게를 실어 한방에 터뜨린다는 뜻이다. 반면 스타트업의 MVP 방식은 대략 살라미 전술이라고 해야 할까? 살라미는 이탈리아에서 얇게 썰어서 먹는 소세지의 일종인데, 최소한의 자원만 투입해서 시장 반응을 보고, 넓혀가거나 피봇팅하고 다시 최소한의 자원만 투입해서 다시 시도하는 것이 살라미 잘라내는 것과 유사하다.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내 경험상 대기업 출신, 특히 연차가 부장 이상이 되는 분들의 스타트업 창업 성공 확률은 매우 매우 낮게 느껴진다. 원래 스타트업 성공율이 낮지만, 대기업 출신들은 극악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 현상의 근본에 '좀 더 좋은 제품, 좀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했던 대기업의 습관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게 내 추측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제품이 아니고 잘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다.



(원래의 살라미 전술은 협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한방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내 요구 조건을 잘게 나눠서 야금 야금 받아내는 협상 전술을 의미합니다. 제가 쓴 표현은 맥락이 조금 다릅니다만, 잘게 나눠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는 어프로치는 비슷해서 쓴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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