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이나 CVC는 우리 회사 업무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와 거래가 있는 대기업이건 아니건 최대한 꼼꼼히 트래킹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초대박이라고 할만한 성공 사례가 정말 드물다.
MS의 오픈AI 투자 같은 건 애초 기대해서는 안되는 로또 확률이라 전략 수립이나 평가의 기준이 되면 안된다.
하지만 애플이 스타트업들을 사들이고 난 뒤 3~5년내에 그 스타트업의 기술을 핵심 요소로 하는 신제품 또는 신기능을 출시해서 제품 가치를 높이는 것은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일이고, 이에 비춰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 CVC, 스타트업 M&A는 사실상 과락이라고 할 수준이다.
회사마다, 해당 케이스마다 안되는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기에 너무 일반화하면 안되겠지만, 넓은 시각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과 CVC 전략이 안되는 이유 중 '전략 자체의 실패'는 분명 아니다. 그러면 MS나 애플, 구글도 모두 '안되는, 혹은 실패할 확률이 너무 큰 무모한' 전략을 택한 것이 되니 당연히 그건 아닐게다.
원래 어떤 방안을 해보고 결과가 나쁘면 대부분은 그 '방안'에 대해 욕을 하는게 인지상정이다. 나는 잘못한게 없는데 애초에 그 방법이 틀린거라 결과가 나쁜 것인 셈.
하지만 지난 6년여 정도 수십개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CVC/스타트업 협업 등을 지켜보고 그 성과가 어느 정도 판단되는 현 시점에서 보자면 많은 대기업에서 이 스타트업 협업과 활용 전략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너무 낮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 성공을 하려면 이해를 쌓기 위한 체계적이면서도 낮은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스타트업에 대해 외부 납품 업체 정도로 인지하는 것도 문제고, 경영진이 뉴스에 한 줄 내놓는 정도만 관심일 뿐 실제로 스타트업을 활용해서 전략적인 성공을 거두겠다는 '의지' 자체가 거의 안보인다는 것도 문제. 아무리 대기업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잘해서 기업 임원이 되었다지만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면 여기에 분명한 commitment를 해야 하는데 말이 앞서고 얼마 되지 않는 투자금인데 크게 투입했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우리는 제대로 해봤는데 국내 스타트업들이 별볼일 없어서 잘 안되었다' 또는 '오픈 이노베이션 같은 전략은 국내 기업에 안맞아' 라고 말하면 그 말에 대해 신뢰성이 전혀 안생긴다.
전략 선택의 오류가 아니라 전략 운영 능력과 경영진의 인사이트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다. 대기업 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 외부인인 내가 적는 것이지만, 어떤 전략이든 그 전략의 취지와 맥락에 맞춰 제대로 운영할 때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
대기업이 어떻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리즈 글들을 계속 써볼 생각인데 일단 문제제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