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 (이하 oi)를 하고 있고, 각자의 사정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니 알아서 할 일들이지만, 경영 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아쉬워 보인다. oi 연차가 5년 이상 되는 대기업도 이젠 많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스타트업의 “납품”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oi를 활용한다. 즉, 기존 내부에서 운영하던 cost center의 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
이런 형태도 의미는 있다. 대기업은 업무 자동화를 위한 새 공급업체를 얻게 되고, 스타트업은 대기업 영업 레퍼런스가 생긴 것이다. 스타트업이 얻는게 훨씬 많은 셈이다. (물론 더 좋자면 사실은 saas 같은 식으로 그냥 대형 고객사가 생기는 것이어야 하는데, 거의 si처럼 커스터마이징을 해주는 수준이라는 것은 여전히 문제)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사실 이보다 수준이 훨씬 높아야 한다. 내부 업무 자동화나 비용 절감이 아니라 내부 조직 혁신이나 자사 제품의 핵심적 원가 절감, 가장 좋은 것은 신제품의 핵심 신기술의 적용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 사례여야 하는데, 현재의 대부분은 단순 비용 절감 솔루션 발굴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만 하나 생긴 것이고, 그 원가 절감 솔루션조차 내부 보안 등의 이유로 실제 적용에 제약 사항이 너무 많아서 oi의 근본적 목적에 의문이 제기되게 된다. 전략이 아니라 그저 작은 전술 차원, 실무 차원의 투자가 되어 csr과 그 의미에서 별차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안해도 되는 일 하나 생긴 정도만 되는 것.
oi를 oi팀만의 과제로 던져놓으면 결과가 이렇게 된다. 이럴거면 경영진 차원의 과제가 되도록 고민을 하던지 아니면 그냥 중소기업과의 상생 또는 csr 로 하고, oi라고 포장하지 말자. 나중에 실제 oi를 전략적 차원에서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내부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거나 경영진 입장에서 “우리 oi 해봤는데 별거 없었잖아? 근데 또 한다고”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MS-Openai 사례에서 보듯 제대로 된 oi는 아주 커다란 신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다. 이런 경우는 소 뒷발로 쥐잡는 정도로 드문 사례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공급사 하나 발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전략적인 도구고, 늘상 회자되는 사례처럼 삼전이 안드로이드를 수용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략적 도구는 그만한 무게를 두고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