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들의 영업 이익이 바닥을 치거나 마이너스로 내려가면서 이 이유로 나오는 것이 '온라인'의 침공에 따른 여파라고 한다. 맞는 말일게다. 쿠팡은 국내 최대 유통사가 되었고 성장 속도는 유지하면서 분기 흑자까지 기록하고 있으니까. 국내만 이런 것이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외의 오프라인 유통사 중에서는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을 하면서 매년 꾸준히 영업 이익을 남기고 있는 회사도 있다. 코스트코의 경우 이미 매출이 300조원대를 한참 넘었지만 매출 상승을 지속하고 있고 영업 이익도 남기고 있다. (코스트코의 영업 이익률은 3~4% 정도 수준인데, 너무 낮지 않나 싶겠지만 코스트코는 회사의 모토 자체가 '회원에 대한 최대한의 혜택을 주고, 주주에게는 약간의 영업 이익률과 주식 상승,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케어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회사다. 코스트코는 영업 이익이 높아질 것 같으면 제품의 가격을 인하해서 더 좋은 가격에 회원들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70년대 후반 Price club 이라는 자영업자를 위한 도매매장으로 시작한 코스트코는 회원들에게 최대한의 혜택과 주주들에게 합리적인 이익을 돌려주는 사업 구조를 경기의 부침과 상관없이 4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지해왔다. 코스트코의 창업자 중 한명이자 오랜 기간 CEO 역할을 했던 제임스 시네갈의 경우 은퇴할 때까지 평균 연봉은 미국내 유통 대기업 CEO들의 1/4도 안되는 3억5천만원 정도였고,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강력한 옹호자였으며, 기름값이 올라 직원들의 출퇴근 비용이 올라가자 주 5일제를 임시적으로 주 4일제로 바꾸면서 근무 시간을 조종해 동일 월급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한 사람이기도 하다. CEO로 일하면서도 시간이 허락하면 신규 매장이 오픈될 때 그곳에 가서 직원들과 동일한 작업복을 입고 물건을 나르고 상품을 진열했기 때문에 신규 매장 직원들은 그가 CEO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나이많은 할아버지 직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연히 출장 다닐 때도 어지간하면 이코노미만 이용한 사람이고.
유통업의 본질은 그 매장에서 구매한 사람들에게 '구매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일게다. 거대한 카트를 끌고 그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찾아야 하고, 긴 계산줄을 한없이 기다려야 하고, 때론 아주 무거운 제품이라도 스스로 싣고 나와야 하는 것은 구매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 코스트코의 주차는 그 자체로 악몽같은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국내 코스트코 역시 경기가 좋건 나쁘건, 오프라인 유통업이 죽을 쓰건 아니건 꾸준히 성장하고 주말이면 주차장이 터져나간다. (심지어 코로나 극초기 때 조차도 코스트코는 주말에 주차장 앞에서 대기를 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는 이유에서 국내 환경이 미국과 같지 않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너무 과도한 것일테지만, 과연 진짜 유통업의 본질에 국내 유통사들이 집중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볼 일이다. 이들이 총수의 눈빛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사의 매장을 이용해주는 고객들에게 최대의 혜택을 주려고 개인과 회사 차원 모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유통의 업의 본질은 '싸게' 파는게 아니라 '사는게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쿠팡도 최저가가 아니고 무신사도 온라인 최저가가 아니다. 심지어 코스트코도 최저가가 아닌 품목도 많다. 온라인의 활성화 탓을 하며 오프라인에서 죽는 소리를 하는 유통사들의 입장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들이 업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아서 생긴 경쟁력 악화를 온라인이라는 포맷의 차이로 넘기려는 책임 회피처럼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