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에서 가장 임팩트 있으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꼽으라고 하면 내 생각엔 다음 질문이다.
"내부에 경영 자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외부 자원을 쓸 것인가?"
물론 출발점에서 더 중요한 결정 사항은 '어떤 시장에 들어갈 것인가?' 라는 비즈니스 도메인 선택이지만, 일단 어느 정도 도메인이 정해졌다고 할 경우 실행 차원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주제는 과연 기업 내부에 경영 자원을 둘 것인가 외부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간단하게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우리가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영 자원이 필요하다.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위한 R&D 및 개발/생산 기능, 물류, 마케팅, 영업 등이 있고, 이를 세분화하면 IP, 브랜드, 개발 인력, 생산설비, 토지, 건물, 각종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 콘텐츠 생산자, 제품 판매 채널, 물류망, B2B 영업 인력, B2C 영업 인력 등이 있고, 지원 기능으로 인사, 전산 시스템, 재무, 회계 등이 추가된다.
이들 경영 자원들을 내부에 둔다는 뜻은 내게 필요한 경영 자원을 외부에서 구하는 것이 어렵거나, 과도하게 비싸거나, 적절한 자원 탐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은 사전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이들을 구입한 후에 품질 이슈나 약속의 이행에 따른 이슈, 각종 이행 강제 방안 등이 어려워서 외부에서 필요할 때 사서 쓰기보다 그냥 내 기업 안에 두는 것이 낫다는 결론인 경우다. 핵심 개발 인력이 제품 개발과 운영에 절대적인데 그 인력을 대체할 인력을 외부에서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 큰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부에 두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현명하다는 식의 생각.
그럼 어떤 경우에 내부에 내재화하고, 어떤 경우에 외부에 두는게 더 나은 것인지를 어떻게 판단할까?
이를 결정하는 잣대는 두가지를 보통 사용한다. 사업 도메인의 성격과 내가 그 도메인에서 경쟁하고 싶어하는 비즈니스 모델. 가령 피부과의사가 만든 화장품을 팔겠다고 생각하면 이 도메인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때 내부에 있어야 하는 유일한 자원은 '피부과 의사가 검증/개발한' 이라는 것이다. 피부과 의사가 직접 사업을 하든 아니면 피부과 의사와 '독점 계약'을 하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독점 계약을 영구히 할 수는 없을테니 계약 기간 동안 사업을 빠르게 키워서 그 의사가 나 이외의 다른 업체를 함부로 선택할 수 없게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외의 구체적인 제품 개발, 패키징, 생산 및 물류, 브랜딩 및 광고 마케팅, 영업 등은 전부 외부의 업체들을 활용해도 된다. 아, 이들 전체를 조율하고 이들 내외부 자원들을 동원하고 이들을 묶는 계약을 하는 주체로서 '나'는 필요할 것이다. 이게 사업체일테지.
그런데 이걸 들고 해외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서야 유명한 의사일지 몰라도 해외에도 수많은 더마톨로지 화장품이 있으니 '피부과 의사와의 계약'이라는 자원은 사업의 필수재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그냥 K-화장품 열풍에 묻어가는게 더 중요해서 한국 엔터사와의 협업 또는 현지 마케팅이 핵심일수도 있고, 대형 유통사와의 영업 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예 현지의 피부과의사를 발굴해서 사업화하는게 맞을 수도 있을게다. 이렇게 사업의 도메인이 바뀌면 비즈니스 모델이 동일하더라도 내재화가 필수적인 경영 자원은 바뀌고, 이에 따라 사업체의 모양이 달라지며 실행 전략이 달라지게 된다.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같겠지만, 사실 대기업에 오히려 더 적용이 많이 되는 이야기다. 물론 대기업은 '기존에 투자해서 보유한 자원' 또는 '기존 인력', '기존의 성공 방정식' 등의 자산이 많다보니 이들 자산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시너지'의 만트라가 있고, 덕분에 때론 이 자산들이 사업을 돕는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경우도 매우 자주 생겨서 큰 덩치가 좋은 사업 결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대기업이 이런 짓을 해주니 스타트업이 성장할 공간이 나오는 것이여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동일한 경영 자원이라고 해도 대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경영 자원은 가격이 더 높아서 스타트업은 사업화할 수 있지만 대기업은 사업화할 수 없는 도메인도 존재한다. 그러다가 스타트업이 규모의 경제를 성취해내면 그 영역에서 대기업을 몰아내기도 하고. 대기업이 바보여서 그걸 그냥 지켜보는게 아니라 기존의 자원과 입장, 즉 기득권이 이들의 혁신을 방해해서 그렇다. 가령 카카오톡의 시장 진입과 성장은 기존 IT 대기업들이 그걸 개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
스타트업의 최초 비즈니스 도메인 선택과 진출, 도메인의 확장 또는 글로벌 진출 시도, 제품 라인업의 확대, 대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 해외 진출 및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등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논리가 위의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