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업, 특히 B2B 시장은 겉보기와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밖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논리가 숨어 있다. 이 논리를 찾아내서 해법을 찾는 수준까지 가려면 긴 시간의 들여다봄이 필요한데, 대부분 이걸 깨닫는 시점이 돈 많이 들여서 제품이나 서비스 만들고, 한참 마케팅에 비용 더 쓰고 난 뒤다. ”왜 예상과 다르지?“ 라는 후회를 안하려면 애초 사업 개시 전후 시점에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하는데 이 숙제를 부실하게 한 뒤에 더 이상 뒤돌아갈 수 없는 시점에 깨닫는 것.
B2B는 겉보기와 매우 다른 논리가 바닥에 있고, 이 논리를 파악해야 정답에 근접할 수 있다.
고객의 구매 요건은 요약하자면 “단순 가격”이나 “서비스” 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거래 비용의 절감”이 핵심이다.
B2B 사업의 핵심 거래 요인을 '거래비용'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거래에 따른 에이전트 비용이나 물류비 같은 걸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와 거래를 하다가 다른 업체를 선택할 경우 고객사가 감당해야할 가격 외적인 추가 (비금전적) 비용'을 의미한다. 물론 경쟁사와 거래하던 고객사가 나와 거래할 경우 내야하는 추가적 부담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령 내가 작은 식당을 혼자 운영하는데, 내 기존 식자재회사는 내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전화만 하면 바로 모든 물품을 내가 필요한 형태로 전처리해서 가져다주고 배송도 내가 편한 시간에 맞춰주고 물품 대금 회수도 2~3개월의 여유를 준다.
그런데 새로운 업체가 와서 30% 더 싸게 해준다고 하는데 전처리를 내가 해야 하고 식당에 출근도 하기 전에 문앞에 배송한다고 하고 대금은 매월 받아가야 한단다.
분명 가격은 '30% 저렴' 하지만, 내가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주문 방식, 전처리 등의 제품화 방식, 납품 방식, 대금 처리 등 총체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고 새롭게 나타난 기업체는 가격을 제외한 모든 거래 '비용'을 내게 부담시키고 있어서 기존 업체를 버리고 새 업체로 떠난다는 것이 결코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가격이 아예 더 내려가서 그 절감된 구매액으로 인력을 고용해서 이런 (비금전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이 거래는 무조건 기존 공급 업체가 이긴다.
B2B 거래를 들여다 볼 때는 바로 이 '거래비용' 항목을 이해하는게 중요하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 또는 '우리가 더 서비스 편하다'라는 것이 고객을 내 편으로 끌고 오고 경쟁사를 떠나도록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