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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l 14. 2019

이직 사유로서의 성장의 의미

진정한 성장이란 과연 무엇일까

며칠 전 한 신문에서 젊은 세대의 이직에 관한 기사를 봤습니다. 이직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현재 회사에서는 개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칼럼에서는 어떤 회사 대표의 말을 빌려 '회사가 성장해도 개인이 성장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이라고 규정하더군요.


기사를 보며 저는 두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일까?

20대가 바라는 성장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궁금한 김에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격 분석 기반 커리어 조언 서비스인 미매뉴얼  데이터를 뒤져봤습니다. 20대의 이직희망자 70명과 30대 이상 이직 희망자 150여명에 대해 각각의 평균을 성격 요소별로 구해서 비교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일까?


저 또한 밀레니얼,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인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체 언론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90년대생을 다룬 책도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직을 많이 한다고 하니 몽상가에 가까운 성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통계로 살펴본 '20대 vs 30대 이상'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비슷하냐면 집단간 평균 차이보다 각 집단에 속하는 임의의 두 사람의 차이가 월등히 클 정도입니다. 한 마디로 20대와 기존 세대는 그냥 같은 집단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물론 20대만의 특징도 있긴 합니다. 기성 세대보다 불안도가 약간 더 높습니다. 그리고 이전 세대보다 더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사람을 잘 믿습니다. 30대 이상 세대는 20대보다는 화가 더 많고, 자기 확신도 조금 더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점을 가지고 오늘날 20대를 별도의 인종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적을수록 일이 익숙하지 않으니 불안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선배들보다는 자기 확신도 더 적겠지요. 게다가 30대 이상 기혼자에 비해 시간 활용도 자유로우니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이에 비해 30대 이상은 사회생활을 하며 일도 이제 익숙해질 시점입니다. 자신감도 생겼을 것이고 연차가 쌓인 만큼 눈치도 덜 볼테니 반대급부로 화나 분노를 더 쉽게 느끼고 또 표출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근거해 20대가 이전 세대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혹은 그들만의 특별한 경향이 있어서 이직을 심하게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미매뉴얼을 통해 성격 검사를 수행한 분들이 20대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전문적으로 샘플 조사를 한다거나 리서치를 수행하는 사람도 아니구요. 그냥 가볍게 미매뉴얼 이용자들의 특성이 그렇다는 의미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로써 첫번째 의문의 답은 대략 찾았습니다. 상황이 다를 뿐 사람들은 세대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가 바라는 성장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두번째 의문, 즉 과연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성장의 뜻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은 참 검증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조사해서 “(커리어에서의) 성장”의 의미에 대한 빅데이터 조사 같은 것이 되면 참 좋겠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정량조사가 없으면 질적연구에 의존한 것이라도 없을까 찾아봤지만, 이 역시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논문쓸 것도 아닌데 20대들의 이직과 성장에 대한 인터뷰를하러 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대략 20여년전 제 사회생활 초창기의 기억을 되돌려서 의미를 좀 찾아볼까 싶었습니다. (외국계와 국내 대기업, 해외 MBA, 그리고 컨설팅사와 스타트업까지 경험했으니 저의 떠돌이 생활도 나름 파란만장한 셈입니다 아하하..)






제가 처음 이직하게 된 동기는 바로 세 가지 깨달음(혹은 희망사항) 때문이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20년 일하면 나도 (꼰대) 부장님처럼 저렇게 되는 걸까?"하는 공포감

"회사가 별로인건가, 아님 직장인이 별볼일 없는 걸까." 연봉과 승진 속도에 대한 불만

"크고 유명한 회사에 다니면 뭔가 다를거야."하는 막연한 기대감.


생각해보면 저의 첫 번째 이직은 성장과는 큰 상관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통장에 찍히는 월급 액수, 그리고 사원증에 쓰여진 회사 이름도 큰 틀에서는 성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그저 외적인 요소일 뿐, 나의 내적 역량이 성장한 것은 아니니까요. 맞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 시절엔 포장이 좋아지면 내 인생도 달라질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을 다녔더니 대기업이건 외국계건 한국에 있는 한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해외 MBA로 훌쩍 떠났습니다. '아예 외국에 자리를 잡거나 아님 연봉이 훨씬 더 높은 직업을 가지고 싶어.'정도의 동기였던 것 같아요.(네 맞습니다. 저는 돈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이때만해도 저는 성장보다는 '이건 아닌데'라는, 현실에 대한 뭔가 특정하기 어려운 불만과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는 언젠가 내 꿈이 이뤄질 것 같다는 기대로 커리어를 변화시켰습니다. 


유학생활 2년동안 기업의 본질과 커리어에 대해 생각하는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더 이상 현실에 대한 불만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몸으로 깨닫게 되었죠. 여전히 돈돈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내 마음이 급하다고 회사라는 커다란 시스템이 바뀌지도 않고 내가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으니까요.


이후에 이뤄진 몇 차례의 이직에서는 과거처럼 불만과 공포감, 그리고 보상에 관한 논리보다 아래 두 가지 요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내가 기업에게 해줄 수 있는 것과 기업이 내게 줄 수 있는 것 사이의 균형점을 잡을 수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아주 명확하게 나를 성장시킬 기회인가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저에게 성장이란 단순히 스킬이나 역량이 상승하거나 조직에서 승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성장은 '내가 유능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선택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대략 6년 정도의 사회 생활과 2년의 유학 생활, 그리고 인턴 포함 4개 회사를 거치고 나서야 현실과 저라는 사람 사이의 접점을 찾은 셈이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봅시다. 20대, 사회 초년생이 이직의 이유로 언급하는 그 성장의 의미 말입니다.  


감히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처음 이직할 때 저는 그것을 성장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몽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몽상에 비춰서 현실을 욕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지요. 


돈도 잘 벌고 성공하고 싶었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는 그 욕심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시간이 많이 지나고 이런저런 경험이 쌓여 사회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내가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얻을 수 없는 것들이 명료해진 뒤에야 비로소 나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 이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미매뉴얼 분석을 요청하신 사회 초년생 분들 중 상당수에게서 몽상가적인 기질을 보게 됩니다. 마치 20여년 전의 저처럼 말이죠.


혹시라도 이직을 생각하신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성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성장을 원하는 것인지를 반드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전 저처럼 몽상가적인 욕심과 불만이 지금 회사에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은 아닌지 말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돌고 돌아서 결국은 성장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찾아내시겠지만...그 과정은 많이 힘겨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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