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연애조작단> OST
추억은 우리의 무엇으로 다가오는가. 그것이 아련한 사랑의 기억일 때, 그때의 무엇으로 추억은 소환되는가. 연애의 기억이 어떤 커다란 계기로 기억되기 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잘한 것들로부터 자주 소환되곤 했었다.
지나는 여인의 샴푸향기에서, 어느 거리를 지나다 맡게되는 그곳의 공기에서 풍겨오는 냄새에서, 지난 겨울 코트의 영수증에서, 궁상맞게 책상 앞에 앉아서 손톱을 깎으면서도 느닷없이 파고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누구나 한 곡 정도는 가지고 있을 추억의 음악. 그 음악에 빠져 잠시 아련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자잘한 먼지로 시작해 그때의 분위기와 대화를 더듬다보면 쓰라리고 아픈 것들과 함께 아련한 것들이 밀려와 내려 앉는다.
아그네스 발챠의 'Aspri mera ke ya mas(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오겠지)'는 그러한 정서에 잘 들어맞는 음악이다. 아그네스 발챠의 대표곡인 'To Treno Fevgi Stis Okto (기차는 8시에 떠나네)'와 함께 실패한 혁명 이후의 잠행과 다시 재회할 것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곡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노래, 추억을 반추하는 음악으로도 좋고, 그리스 현대사의 아픔이 담긴 노래도 들어도 좋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후자로 사용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