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OST
불의의 사고로 코마상태(일종의 식물인간상태)가 되어버린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여 결혼까지 하겠다고 생각하는 남자. 단 한번의 대화만을 나누었을 뿐이며, 어쩌면 자신의 존재조차도 모를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육체와 정신이 좋아했던 것을 남자는 대신 체험하여 자상하게 속삭여준다. 사랑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몸을 마사지하고 그녀의 육체를 더듬는 남자의 모습은 여자의 그것보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육체만이 남은 여자 알리샤와 그녀의 육체를 아름답게 유지시키는 남자 베니그노. 이 둘의 역할은 일반적인역할과는 뒤바뀌어 있으며, 또 다른 한 쌍의 연인으로 나오는 실연당한 여자 투우사 리디아와 그녀를 인터뷰하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 마르코, 그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잘 우는 남자'다.
"오늘도 그녀에게 말을 걸었어요."라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속이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 머물기 원하는 베니그노와 투우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리디아의 곁을 지키는 마르코. 식물인간이 되어서야 그녀의 곁을 지킬 수 있는 남자(베니그노)와 식물인간이 되어서야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날려고 했던 사실을 알게 된 남자(마르코).
이타적인 사랑 속에 범죄와도 같은 이기적인 사랑의 감정이 뒤섞인다. 무엇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이런 류의 감정도 있다는 것에 대한 영화다. 그래서 제목은 <그녀에게>이지만 이것은 '그'에 대한 영화라고 보아야 한다.
영화 초반 까이따노 벨로조가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아름다운 장면에 왜 이리 슬프고도 서정적인 분위기가 잡히는가는 이 영화의 그 다음 내용과 연관이 있다. 동영상에는 이 영화의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디렉션 장면이 함께 나온다. 영화의 거장과 월드뮤직의 거장을 동시에 만나는 동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