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사무라이> OST
저녁 술자리 약속을 물리치고 황급히 짐을 챙겨 퇴근을 서두르는 사무라이. 긴 칼과 짧은 칼을 옆에 차고서 종종 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르는 그에게 긴급한 일이라곤 사무라이로서의 업무가 아닌, 집에 남은 가족을 위한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봉건과 근대사이의 마지막 사무라이라는 신분. 시대와 명분보다 그에게는 가난한 가정의 생계가 우선이다. 칼 찬 말단 직장인으로서의 삶, 말 그대로 칼퇴근 사무라이의 일상. 남루한 일상과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비껴 갈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일생이 차분하고 아름다우며 정겹게 담긴다. 사무라이의 편견과 환상을 말끔히 제거해버린 근대 초기 직장인의 삶이 군더더기없이 흐른다.
매일 저녁 6시면 KBS 클래식 FM의 전기연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퇴근할 수 있기를 기원했던 시절이 있었다. 피곤했던 하루의 일상을 털고 어깨를 주무르며 퇴근을 준비하는 지금의 직장인들을 위한 또 다른 위안이 되는 영화다.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음악>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 "날마다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저녁이 온"다는 그말처럼 칼퇴근 황혼의 사무라이와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준비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영화의 마지막 클로징과 함께 흘러 나오는 메인 테마곡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