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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Feb 23. 2021

바람에게 내 말들을 실어,

작업실에서

새 턴테이블을 주문했다. 나에게 온 것이 7년, 그 이전에 다른 주인들을 거쳤을 것이니 꽤 오랜 시간을 버텨왔을 것이다.  LP의 골을 따라 작업실을 채우던 음악들이 멈췄다. 오래된 것들이 그의 기능을 다해 가쁜 숨을 몰아 쉬듯이 느림과 빠름을 반복하며 불안한 징조를 보이더니 불능의 상태로 들어갔다. 


나와 함께 했던 그의 배려였는지,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곡을 멋지게 울리고 스스로도 제어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King Crimson의 ‘I Talk to the Wind’가 그의 마지막 곡이 되었고, 새로운 턴테이블이 울릴 첫 곡도 같은 곡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턴테이블과 어떤 음악을 들으며 어떤 장소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모른다. 노래의 가사처럼,


“평범한 사내가 방랑자에게 물었다. 어디 있다 이제 왔어? 뭐 이곳 저곳 그 사이 어디쯤에서 머물다 왔지. 바람에게 전해 내 말들을 모두 실어 보내”


또 어느 시절 어느 장소에서 ‘평범한 사내’가 되어 질문을 던질지, ‘방랑자’가 되어 바람에게 내 말들을 전해 실어 보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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