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퇴근길, 마트에 들러 칫솔을 샀다. 얼마 전부터 치아가 시큰거리고 미세한 통증들이 느껴지면서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의 작고 소극적인 실천이었다.
이제 다가 올 것들보다 멀어져 가는 것들이 많은 나이가 되었다.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이 통증으로 혹은 내 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작별을 고하거나 그 준비의 신호를 알린다.
비록 멀어져가는 것들이 많더라도 아직도 다가오는 것들의 설레임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날들. 그 다가오는 것들 속에 깊은 슬픔과 절망의 소식도 먼 곳으로부터 전해지고, 새롭게 펼쳐지는 것들의 긴장감이 공존하는 계절. 지난 겨울의 묵은 것들과 그 속에서 쏟아 오르는 것들이 함께하는 계절.
2021년의 봄, 밝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들 사이로 덧없음이 스쳐간다. 다가왔다 멀어져 가는 것들 속에서 계절답지 않게 온 몸의 감각들이 예민해 진다.
서둘러 남겨야 할 것들보다 하나씩 지워야 할 것들의 목록. 새롭게 가보아야할 것들 보다 다녔던 곳들의 기억이 또렷하다. 이러한 양가적인 마음 속에서 받아 놓은 약속들의 목록을 생각한다.
이런 저런 계획과 생각들이 많아지는 봄. 이제 아침 저녁으로 전동치솔을 입에 물고 욕실의 거울 앞에 선 모습에 익숙해져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