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며.
여행을 하는 내내 이토록 행복감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만큼 벅차올랐다.
비록, 이 벅차오름과 감사함이 오래가지 않을지라도, 찌들었던 일상에서의 리프레시가 잠깐뿐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일한 당신,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
우리가족은 이번 여행을 통해 바라고 갈망해왔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졌을때의 황홀함을 잊지 못할 것이며,
내 맘대로 되지 않을때 어떻게 감정을 추스려야 하는지를 배웠다. 또한 여행을 통해 체력의 한계를 경험해 보기도 했다.
어른이건 아이건, 여행은 우리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자라게 한다.
나와 다른 상대방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P 인 나는 J인 캡틴의 여행 계획이 없이는 이런 유럽 여행은 다시 못했으리라.)
그러니 떠나라.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이 함께 또 어디론가 떠날 그 날을 꿈꾸며 일상을 다시 살아간다.
[덧]
14시간의 비행 끝에 우리는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핸드폰을 켰는데, 오마이갓. 놀라운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캡틴으로부터 온 문자를 제일 먼저 확인 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한문장.
"나, 아이패드를 딜리에 두고온것 같아..."
'....ㅇ_ㅇ'
내가 뭘 잘못본 줄 알았다. 마지막을 아주 그냥 화려하게 장식하는구나. 사실 캡틴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력을 어김없이 발휘한 파트너 덕에 캡틴은 여행 내내 아마 오른쪽 어깨엔 압박감, 왼쪽어깨에는 책임감을 장착하고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날 내가 조금 더 챙겼더라면 그 무게감으로부터 홀라당 도망가버린 아이패드를 잘 챙길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함이 몰려왔다.
나는 빨리 딜리로 가보라고 했지만, 캡틴은 자신의 계획 중 하나였던 하이드파크 산책을 하고 있었다.
기가 막히게도 우리가 간 다음날 런던엔 비가 왔다고 한다. 그렇게 캡틴은 비오는 런던의 공원을 산책하고
고독정식이라고 명명한 썬데이로스트 치킨까지 해치우고 딜리로 향했다고 한다.
그들은 너무나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장착하고
May I help you?라고 했지만, 캡틴이 아이패드를 분실했다고 하자 얼굴색이 변하더니 분주히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고 Security 부서에 연락할테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나,
딜리의 매니저는 캡틴의 아이패드를 들고 구세주같은 모습으로 로비로 귀환했다고 한다.
캡틴은 아이패드를 들고 찍은 셀카와 함께 "사랑해요 딜리"라는 짧은 소감을 카톡으로 보내줬다.
딜리는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추억을 선사했다. 방 청소를 했던 사람에게 찾아가 주인이 찾으러 왔다고 한게 아닐까 싶다. 분실을 대비해 여행자보험도 가입하긴 했지만, 보험 쓸일 없이 캡틴의 지난 3년간 대학원 생활의 손때 묻은 아이패드를 찾아 정말 다행이었다.
아마 우리가 다같이 출국했다면 찾지 못했을 거다.
모든 것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호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악재로 작용하기도 하더라. 인생은 정말 예기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우리의 캡틴은 소중한 아이패드를 찾은 기념으로 런던에서의 남은 계획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해 방문했던 호텔 앞 서점에서 1호가 만지작 거렸던 에코백과 2호가 만지작 거렸던 계란 가방을 아이패드 수호작전의 전리품으로 구입하고나를 위한 엽서도 여러장 준비해 금의환향했다.
-J아빠와 P엄마의 초딩1,2호와 함께한 9박 10일간의 첫번째 유럽 유랑기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