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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와 J의 여행계획에 대하여.

여행 가기 1년 전부터 여행을 계획하다.

by 이지영

그렇다. 여행에 있어 나는 지독한 P,

그는 지독한 J였다.


그는 하루짜리 여행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연애시절 경주 당일치기 여행도 5분단위로 시간계획표를 짰으며 플랜B까지 준비하는 사람이다.


반면 나는 떠나는 기차, 비행기, 차 안에서 모든것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강릉으로 한밤중 여행을 당일에 계획하고도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잘 곳 하나 없겠어? 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는 인간이다.


내 인생의 모든 해외여행은 그와 함께였다. 그와의 여행에서 나에게 필요한건 임기응변이 필요한 순간

결정력을 발휘하는 것과 그의 계획을 수행해 낼 충분한 체력이었다. 과연 우리 잼민이들이 그의 계획을

수행할만큼 컸을지, 체력이 그만큼 될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나는 진즉부터 생각했다.


나는 이번 여행 역시 캡틴(지독한 J성향 보유자)이 1년 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여행 일주일 전까지 관련한 그 어떠한 자료와 지식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왜냐. 나의 지식보다, 그의 계획보다 잼민이들의 체력이 이번 여행의 최대 변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잼민이 둘과의 여행에서 우리 둘의 콜라보는 나쁘지 않았다. 그들과의 여행에는 빈틈없는 계획과 임기응변이 적절히 버무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 모름지기 유럽여행계획은 비행기 티켓 발권과 숙소 예약이 마치 결혼 준비의 신혼집, 식장 정하기와 같은 것!

우리의 비행기티켓, 숙소 정하기부터 끄적여본다.


(항공권) 파리 in- 런던 out [270만원 + 마일리지]


우리는 이번 여행에 지난 10여년 넘게 신용카드 사용으로 모아온 항공사 마일리지를 털기로 했다. 보통 마일리지 발권은 1년 전 9시경(출발지역 시간 기준)에 오픈된다. 그나마도 인기노선은 많이 열리지도 않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예약 경쟁에 돌입해야한다.


여행을 결정한 시점에 이미 출발행 티켓은 1년 전 당일이 지난 후여서 우리는 아버님의 마일리지를 지원받아서 돌아오는 비행기 비즈니스 발권을 노렸다. 다만, 우리 마일리지와 아버님 마일리지를 한번에 사용할 수는 없어서 먼저 3석을 우리 마일리지로, 1석을 아버님 마일리지로 두번 나눠서 예약을 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물론 캡틴의 전략이다.)


나는 드디어 나이 사십에 비즈니스 한번 타보나?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않았다.

첫 마일리지 비즈니스 항공권 구입은 경험 부족으로 인한 캡틴의 패배로 실패한다.

3석 비즈니스 예약 시도 - (실패) - 1석 비즈니스 예약 시도 - (실패) - 3석 일반 예약 시도 - (성공) - 1석 일반 예약 시도 - (실패)

캡틴이 순서대로 진행하는 사이에 이미 예약은 마감되었다. 결국 돌아오는 날 이코노미좌 3석만 예약이 되었다.


분리예약을 하려다 보니 1명 좌석은 이코노미마저 마일리지로 예약을 할 수 없었다. 1명은 결국 일요일에 따로 오기로 하고 마일리지 발권을 재도전 하거나, 아니면 토요일 귀국행 티켓을 일반 발권하는 선택지가 있었다.


혹시 모르니, 그리고 비용을 절약해야하니 우리는 다음날 일요일 1석을 다시 노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일요일 기준으로는 비지니스 1석이 예약되었다!

(※ 아마도 마일리지로 나오는 표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보통은 일반 발권을 하고 마일리지로 비지니스 승급을 하는 것 같음)

결국 토요일에 내가 잼민이들을 데리고 입국하기로 하고 다음날의 호사는 캡틴이 누리기로 했다.(이런 와이프 어디 있나요?) 비즈니스는 마일리지 발권하고 나서도 별도 세금이 거의 100만원 가까이 지불되었다. 아마 소시민인 우리에게 4명 다 비즈니스 좌석이 예약되었어도 부담이었을 것 같다.


(이 글을 쓰는데 캡틴이 말한다. 일반석을 그냥 4명 한번에 예약했으면 가능했을 것 같다는거다. 비즈니스로 하려다 보니 아버님 마일리지를 쓰려고 했던거고 그래서 분리발권을 생각한 것인데, 일반석은 분리발권을 할 필요가 없었던.... 그 당시에는 워낙 급해서 그렇게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죽여버릴까?)



입국은 마일리지로 해결! 이제 출발행이 남았다.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연차휴가를 몇일 내느냐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렇게 출발은 경유 외항기와 직항 국적기 중 고민했는데, 경유 외항기 중 카타르항공의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국적기의 경우 12일(목) 오후 2시경 출발하여 13일(금) 저녁에 도착이어서 13일 일정은 버려야 했다.

하지만 카타르 항공은 12(목)새벽 1시에 비행기를 타서 13일(금)오후 2시경 도착이라 저녁일정을

계획할수 있었다. 나름 여행 초보자 생각으로는 다음의 장점을 생각해냈다.


당일 저녁일정을 보낼수 있다. ★★

수요일 칼퇴하면 새벽 1시 비행기 무난히 탑승 가능 (추가 연차휴가 사용 없음) ★

(비행시간이 길지만) 비행시간동안 내내 잠을 자면 된다.

(비행시간이 길지만) 카타르도 가 볼 수 있다.

(비행시간이 길지만) 아이들에게는 10시간 이상 비행보다는 중간에 쉬는게 더 나을것이다. (합리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


뭐 더 비교할것 없이 우리는 출국행 티켓을 새벽 외항기로 정하고 4인 가족 인천-파리행을 편도 270만원 가량에 예약했다.(첫째가 만 12세 생일날 출국이라 성인티켓으로 발권)

이렇게 우리의 여행일정이 확정되었다.


2024. 9.12(목) - 2024. 9.22(일) 9박 11일 일정(캡틴은 23(월) 입국)

(숙소)「BNB」 +「호텔, 조식포함」 조합

맛있는 걸 먼저 드시나요, 아껴뒀다 나중에 드시나요? 캡틴의 여행은 마지막 숙소가 가장 좋다. 그래야 여행전체의 기분이 좋아진다나 뭐라나...


1. 파리 (4박, 180만원)

파리하면 모름지기 에펠탑! 캡틴은 에펠탑 원없이 보라고 에펠탑 근처의 숙소를 찾았다. 7구 근처였고 여기가 치안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네이버 서치를 통해 확인했다. 에펠뷰 호텔은 4인 가족에게 공간을 내어줄 방은 1박에 100만원을 육박? 넘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호텔이 아닌 BNB를 찾기로 했다.

캡틴이 처음 찾은 곳은 테라스에서 에펠탑이 보이는(몸을 테라스로 빼꼼 내밀면 에펠탑이 눈 앞에 쫙) 숙소였다. 1박에 무려 70만원. 내가 또 숙소에 있어서 한 예민하는 사람인지라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화장실이나 침구류 등이 썩 깔끔해보이지는 않았다. 이 가격에 단지 에펠탑 하나로? 그것도 앉아서 볼수 있는것도 아니고 테라스로 몸을 내빼야 할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비행기티켓, 각종 입장권, 기차표, 숙소 비용만으로 거의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들어간다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캡틴에게 여기말고 근처 더 저렴한 곳을 찾자고 제안했고, 한 블럭 차이지만 나름 깨끗해 보이나 가격은 100만원정도 더 저렴한 곳으로 바꾸자고 했다. (사실 대충봤다. 화이트 컨셉이 나쁘지 않아보였다.) 이 곳은 숙소 안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밖으로 나가면 에펠탑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캡틴의 1조건인 '에펠탑이 보인다'을 충족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캡틴도 마지못해 동의한다. (캡틴은 계획 변경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아마도 더 싸니까 좋다고 한듯) 두 군데 모두 예약 후 숙박 2주전까지 취소가 가능했고, 금액 지불도 그 시점까지만 하면 되어서 사실상 두군데 모두 예약해 둔채 고민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P 아니던가? 여행 3주전쯤? 결제할때가 다가오니 4박의 낭만의 파리에서 내몸을 뉘일 숙소를 그때서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뿔싸. 그렇다. 내게 너무 중요한 화장실 리뷰를 난 너무 대충 봤던 것이었다. 게다가 후기에 나와 있는 냄새나고, 가파른 계단이 불편했다는 화장실 리뷰가 불길한 기운을 가져왔다. 예약할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1층에 위치한 숙소가 그냥 거리의 식당처럼 길가에 노출된 곳이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입구는 하나 같은데 길가 식당을 숙소로 개조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제서야 다급하게 J흉내를 내며 근처 비슷한 가격대의 숙소를 뒤져 엑셀파일까지 만들어가며 캡틴에게 들이밀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캡틴의 숙소 예약 버스는 떠나고 말았다. ㅠ 그는 이미 모든 동선을 짜놨던 것이었다.

괜찮겠지...라는 마인드컨트롤 외에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화장실 리뷰는 정확했고, 1층 길가에 위치한 출입문도 좀 당황스러웠다. 캡틴은 첫날밤을 지내자마자 후회했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치만 또 사람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 위치하나는 끝장났기에 가성비 에펠탑 근처 숙소로 마지막날까지 잘 떼우고 나왔다. 그래도 나는, 이 숙소를 추천하라면 비추천이다.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지친 몸을 뜨거운 물에 지지고, 뉘일 공간이 필요한데 그게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갔던 숙소를 추천/비추천 하라면 과감하게 비추천을 할것이다. 돈 조금 더 주더라도, 특히 아이들과의 여행에서는 오히려 처음 예약했던 곳이 나았을 것 같다.



<처음 예약한 BNB>

https://www.booking.com/Share-vZLdlka

<부킹닷컴으로 최종적으로 선택한 BNB>

https://www.booking.com/Share-k2Rrwn


<나의 리뷰>

장점

위치는 최고의 장점이다. 문 밖으로 나가면 바로 에펠탑이 있어 그 피곤한 와중에 화이트 에펠을 보았다.

이 숙소가 지닌 단점 덕분에 숙소에 머무르기 싫어 밖을 싸돌아 다니게 된다.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침실 잠자리는 꽤 괜찮았다.

단점

출입문을 열면 바로 도보다. 때문에 길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걸음소리, 이야기소리가 다 들린다.

1층에 위치하여 출입문과 거실이 바로 연결되어있어 불안했다.

화장실은 지하에 위치해 있는데 내려가는 계단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 위험했다.

화장실 샤워기, 변기 등등이 오래되어 불편했다.

세탁기는 있지만 전혀 사용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다.

거실 쇼파침대 상태는 위생 및 매트리스가 최악이었다. (그래도 베드버그는 없었다.)

옷걸이나 캐리어를 둘 곳이 없었다.

라지에이터 성능은 좋지만, 건조해서인지 마룻바닥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곳이 있었다. (이틀째부터 다시 바닥이 내려가서 신기했다.)

쓰레기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안내된 것도 없었다.

파란문 왼쪽 불켜진 곳이 바로 우리 숙소. 문을 열면 바로 쇼파베드가 보인다.


문을 열고 나오면 펼쳐지는 에펠뷰.
아침에 보이는 뷰. 정말 원없이 봤다.


2. 런던 (5박, 290만원)

영국에서의 여행 코스에 아이들의 워너비 해리포터, 캡틴의 워너비 공원과 옥스포드, 나의 워너비 뮤지컬과 쇼핑을 다 충족시키려니 이동이 꽤 많았다. 그래서 런던 숙소는 접근성을 제1조건으로 잡았다.


서치 끝에 피카딜리 시내 중심가에 있는 THE DILLY 호텔을 선택했다.


4인 가족이 여행을 다니며 호텔에 숙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4인가족이 한방에 머무를 수 있는 방이어야 했다. 더블 침대와, 킹침대가 함께 있고 캐리어 3개를 열어놓을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조식포함으로 예약했다. 살인적인 물가의 파리-런던이라는데,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자는 취지였고 결과적으로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 든든하게 먹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름 4성급이라 관리는 잘 되어있었고 호텔의 장점인 컨시어지, 청소서비스, 수건 무한 제공 등이 만족스러웠다.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들은 여행의 피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딜리에 또 가고 싶다고 한다.)


https://www.booking.com/Share-N0yDmM


<나의 리뷰>

장점

위치는 최고의 장점이다. 런던 어디에서도 피키딜리역으로는 연결된다. 버스로 한번에 지하철로 한번정도 갈아타면 어디로든 이동 가능하다. [피카딜리역 도보 3분거리, 뒤로는 SOHO거리, 앞으로는 포트넘앤메이슨과(TEA에 관심없어서 가보진 않았다. 공항가보니 다들 그 쇼핑백 들고있음)와 유명서점(왕실인증 받은 hatchards piccadilly), 차이나타운도 도보로 이동 가능]

직원들이 친절한 편. 메일로 특별한 날이라고 남기면 데코레이션도 해주는거 같은데 그걸 못했다.

(이건 호텔의 장점이지만) 물 귀한 곳에서 생수, 캡슐커피, 티, 쿠키 등 매일 청소하면서 채워줌.

수건도 무한 제공(이거 매우 중요)

여유있는 공간과 훌륭한 조식

실내 온도가 낮다고 하니 전기 라디에이터를 갖다주었고 충분히 따뜻해짐.

단점

시설이 노후화 되어서 리모델링은 필요할 듯

화장실이 방 크기에 비해 작은 편

The Dilly Hotel 전경. 빨간버스 뒤에 출입문인데, 외벽 공사중이었다.
메인침대는 킹사이즈, 건너편 침대는 퀸사이즈로 넉넉했다.
4인 가족이 머물기에 충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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