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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Feb 21. 2023

자발적고립이냐 과노동으로의 도피냐

갑자기 100번 글쓰기 22

기본적으로 나는 일.월.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집에서 재택으로 매주 8시간 수학학원교재를 편집하고 학기중에는 국어학원교재 편집을 매주 적어도 하루 정도는 밤을 새우며 한다. 그래봤지 너무나 소소한 금액을 벌고있지만 시간을 내가 핸들링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불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저소득노인 무료급식 관련 일자리에 지원을 했다. 거의 매일 세시간씩 내가 가장 취약한 아침시간에 해야하는 일이라 사실 무지막지하게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필시 이 일까지 하게 되면 하루 열시간 이상씩 일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런 무리한 일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몸을 혹사하고 싶은 이상한 갈증.

아이가 고3이라 자중하는 마음으로 한 해 여행을 좀 자제할 생각인 것도 하나의 큰 이유이나 무엇보다 회의를 느끼는 여러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크다. 어쩐지 무시를 당한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고 괜한 예민함일 수도 있다만 적어도 내가 허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난지는 좀 되었다. 그들의 번쩍이는 부와 여유의 기름짐이 못마땅하기도 하다. 스스로 획득한 것이 아닌 타고난 것으로 거들먹거리는 혹은 당연하게 누리는 태도를 나는 왜이리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각을 세우려하는 것인지. 부질없다. 하지만 여기 너무 오래 머물렀고 구멍은 이제 커져서 다른 것들까지 빠질 참이다.

자력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상황을 만들어 도망가서  다른 국면의 삶을 살고 싶은지도 모른다. 비생산적이고 즐겁지 못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내 남은 인생을 진지하게 다루고 싶다. 자발적 고립이 힘들면 일로 도망가서라도 그 뜻을 이루고 싶은데. 가장 큰 난관은 아침 여덟시 기상이다. 평생 아침잠은 나의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인데.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다.


그렇게 정신없는 일정을 채워넣어 한 해에 벌 수 있는 돈은 어이가 없이 적다. 그러나 노동의 신성함을 믿는다는 말은 진심이다. 나도 모르게 체화된 자본주의의 노예 근성일 수도 있겠지만 일하지 않는 것보다 일할 수 있음이 더 마음이 편하다. 거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플러스 되는 무엇이 있겠지.

온갖 노화방지용 성형이야기와 부동산 투자를 빙자한 투기를 당연시 여기는 공간에서 벗어나서. 과도한입시경쟁에 날키롭게 종알대는 이야기들도 외면하고. 이상한 피해의식도 내던지기 위해. 하긴 팔자 늘어진 여사님이 되기엔 빚도 많긴 하지.

일을 몰아쳐서 해야할지 책이나 틀어박혀 읽을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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